-정철희 지음-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과 상처를 아무리 말해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사에게, 가르치는 일은 그냥 해치워 버리는 '의례적인 것'이 된다. 그래서야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순응하는 삶은 교사를 침묵하게 만들고, 이는 곧 '개인주의'로 이어진다. 학교가 교사들의 상처와 고통을 함께 극복하는 연대의 장이 아니라 악성 민원마저 혼자 해결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장이 되는 것이다. 이 기막힌 현실을 알아차린 교사들은 결국 마음의 문을 닫는다.
3월이 끝나간다.
교사도, 학생도
긴장 속에 보내는
전쟁 같은 한 달이었다.
지난주는 요독
더 분주하고,
더 버거웠다.
옆 반 선생님이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겨
일주일 병가를 쓰셔야 했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근무 중인 곳은
교사의 병가나 연가를 대신할
대체 인력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5일 중 3일은
동료 교사들이 돌아가며
보결을 들어가야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처리해야 할 업무는 밀려오고,
확인해야 할 공문은
계속 쏟아진다.
"교사들의 실천은
문서가 아니라
자발성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빈 교실을 채우고,
서로의 자리를 메운다.
하지만 그 자발성에 기대어
비어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두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공백 없이
무너지지 않고,
교실을 지키고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픈 내가
동료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도대체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