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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로 Feb 27. 2019

'카공족'이라는 이름의 굴레

카페에서는 무엇과 무엇을 해야 한다는 억지에 대해서

#1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


카페에 들어서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자 앉아 있는 사람

두 사람 이상 앉아 있는 사람


특징은 확연히 갈린다. 두 사람 이상이면 서로 어떻든 얘기를 하고 있다. 정적이 흐르기도 하지만 이내 곧 다시 말을 한다. 물론 여럿이서 각자 할 일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간간이 대화를 한다. 이 사람들에게 카페는 만남의 공간이고 교제의 장이다.


반대로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은, 단순히 공상을 목적으로 카페를 찾지 않는다. 무언가 할 일이 있어서 여기에 온 것이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노트북을 보거나 책을 펼치거나 종이에다 뭘 적고 있다. 공부 아니면 업무. 커피는 거들뿐, 목적은 따로 있다.



#2 카페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


카페에 3시간 이상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 3시간이라고 특정한 것은, 보통의 카페들이 3시간을 기준으로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리가 별로 없는 카페에 가 보면, 쪽지에 정중히 3시간 이상은 곤란하다는 '경고'가 적혀 있다.


앞서 얘기한 분류 기준에 의해서 보더라도, 3시간은 꽤 적절하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카페에 들렀을 때 3시간을 넘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밥은 먹어야 하는 것이고, 밥까지 거르면서 누군가를 만나지는 않는다. 점심 먹고 오후 2시쯤 카페에 들러서 6시 저녁 먹기 전까지, 혹은 저녁 먹고 7시나 8시에 들러서 11시 전에는 나온다. 보통은 그렇다. 스케줄이 그렇다.


그런데 혼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밥도 거를 수 있다.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렇다. 공부할 게 많고, 업무량이 초과하면 밥도 거를 수 있고, 스케줄은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다. 어쩌면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카페에서 무얼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머무느냐에 있고, 그 시간을 가르는 기준은, 혼자 왔느냐 아니면 여럿이 왔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가정이다. 아닐 수도 있다. 카페에서 무얼 하는지가 본질이 아니란 말이다.



#3 이제부터 하고 싶은 얘기


말을 바꿔야 한다. '카공족'이라는 말에는 문제의 본질은 놓친 채, 얼토당토않은 혐의만 부각하는 오류가 끼어 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웬 말이냐? 카페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굉장히 웃긴 시추에이션이다. 카페에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다. 고성을 지르거나 괴상한 행동을 한다거나 담배를 피운다거나 하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하거나 하는 행위 자체를 놓고, '카공족'이니 뭐니 하는 말로 성토를 할 일은 아니란 말이다.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있다. 밝혔듯이 주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다. 그래, 그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인을 찍을 일까지는 아니다. 지나치다. 본질에도 맞지 않다. 아마, 분명히 카페 주인들에게도, 카페에 언젠가 혼자 갈 일이 있는 뭇사람들에게도, 그것은 확실히 잠재적 손해이고 불필요한 오해다.    


카페 점주 입장에서 왜 손해인가. 사실은. 기사에서 '카공족', '카공족' 해 대니까, 무슨 그들이 자기 사업에 크나큰 피해를 입히는 것처럼 꼬나볼 수밖에 없는 행동 강령이 자기도 모르게 내재될 수 있다. 혼자 와서 머그잔에 커피를 시키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무언가를 펴는 행위를 할 때, 그때부터는 굉장히 그 사람의 존재가 거슬리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속에서 울분이 솟구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말이 이렇게 무섭다. 카페 점주 입장에서나, 아니면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앉고 싶은 여러 부류의 손님들에게나, 정작 짚고 싶은 문제는, 누군가 카페에 너무 오래 머물게 되었을 때 생기는 자신의 피해에 대한 것이다.


카페에 혼자 와서 공부를 하건, 노트북을 켜건, 2시간 정도 머물다 가면, 그 사람은 문제 될 것이 사실은 전혀 없다. 괜히 카페 주인 눈치를 살펴야 할 것도 없고, 다른 손님들에게 지나친 경계를 사야 할 이유도 전혀 없다. 그도 순전한 한 사람의 고객일 뿐이다. '카공족'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자기 존재를 찌그러뜨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4 자리가 별로 없는 카페에서는 너무 오래 자리 차지하고 있지 말자


이건 상식이다. 카페가 아닌 그 어디서도 마찬가지다. 사람 많이 붐비는 도서관도 그렇고, 하다 못해 공중화장실도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민폐다 민폐. 카페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런데 사람 얼마 없는 시간에, 자리도 많이 남아 있으면, 적당히 자기가 알아서 조절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카공족'이란 말은 폐기 처분해도 좋다. 카페에서 무엇을 하건 그것은 고객의 자유다. 무임승차가 아닌 이상, 커피를 마시면서 누굴 만나도 되고 공부를 해도 되고 노트북으로 무엇이든 창작해도 된다. 카페에서는 이것 이것을 해야 한다는, 그런 구닥다리 엄포는 대체 어느 시대의 가혹한 심판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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