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선순환
"시현아, 떡볶이 먹어?"
"저 떡볶이 안 좋아해요."
다른 이모가 다가왔다.
"시현아! 오빠가 아이스크림 사준데!!"
"저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 돼요."
단호하게 누군가의 호의를 자신의 의사로 표현하는 모습. 말하는 이가 민망해하는 순간들이 눈에 밟혔다.
오늘은 시간이 지나고 기분이 괜찮을 때 시현이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시현아, 오늘 떡볶이랑 아이스크림을 시현이에게 주고 싶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었는데... '안 좋아해요', '먹으면 안 돼요'라고 말하면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어.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하던 시현이가 대답했다.
"떡볶이는 매워서 못 먹고 순대는 먹고 싶어요. 아이스크림은 열이 나서 못 먹고 과자를 먹어도 될까요?"
아이는 더 좋은 의사소통 방법을 찾아냈다. 거절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엄마인 나도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했다. 아이와 대화로 풀어가 볼 수 있다는 게 사실 신이 난다. 딸과의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난 원칙적인 사람이고 싶었다. 지금은 말랑말랑한 사람이고 싶다.
남편에게 이 말을 했더니 "왜?"라고 묻는다.
"내가 말랑말랑하게 대한 사람이 나에게도 말랑말랑하게 대하고, 나의 마음이 유해지고, 그럼 또 부드럽게 상대와의 관계가 형성되고..."
문득 '가족에게 무장해제였다'는 신해철의 말이 떠올랐다. 난 말랑말랑해지고 가벼워지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면서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지난날의 나는 파랑새가 어디 있냐고 계속 물었다. '나만 변하면 된다'는 그 답이 참으로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상담 1년 이후, 아주 살며시 알 것 같다. 문제를 가볍게 만들지, 아주 무거운 문제로 만들지는 나에게 달렸던 것이라고.
지금 순간순간 해결되는 문제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또 문제를 풀고 싶은 심정이다. 이젠 끝이 없는 문제라 생각하지 않으니 더 재미나나 보다.
어쩌면 내가 찾던 파랑새는 바로 이 '말랑말랑함' 속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