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배우는 즐거움
오후 2시 30분, 조금은 긴장된 모습으로 어르신이 찾아오셨다. 오늘의 미션은 가수 손태진 콘서트 티켓팅. 첫 번째 의뢰라 더욱 책임감을 느꼈다. 사실 티켓팅이라는 건 '운명'과 '기세'의 영역이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먼저 인터파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았다. 준비 완료. 그다음 네이비즘으로 정확한 시간을 체크한다. 티켓팅은 오후 3시 정각. 2시 59분에서 3시 사이, 1분 안에 무려 60개의 세부구간이 있다. 터치의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런것도 하냐는 어르신의 의아한 표정이셨다. 준비한 자에게 기회가 오길~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올라간다. 5초 4초 3초2초, 1초! 터치 하는 손가락 위에 안마봉을 올려놓고 다다다다~~~초고속 터치를 했다. "이렇게도 하는군요!" 나는 진지했다.
드디어 티켓팅 오픈. 동시에 대기번호 1700번대가 떴다. 괜찮다. 표는 충분하다. 자리를 골라야 하는데 보이는 건 이미 선택된 자리들뿐. "이미 선점된 좌석입니다." 1층의 보라색 포도알들이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초조함이 커졌다. 다급한 마음으로 2층 가쪽 자리를 클릭!
다행히 결제창으로 넘어갔다. 한숨 돌렸지만, 결제 단계가 또 문제였다. 무통장입금이 안되고 간편 결제는 카카오페이와 국민은행페이만 가능했다. 결국, 농협카드를 꺼내 결제를 시도했다. 화면엔 '결제되었습니다'라고 떴지만, 기다려도 카드 승인 문자는 오지 않았다. 불안감에 다시 결제 버튼을 누르자, 이번엔 "확인해 주세요. 실패했습니다." 메시지까지 떴다.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 실망감이 몰려왔다. 어르신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어 있었다. 그때였다. 띠리링! 얼마나 기다리던 소리였을까? 카드 승인 문자였다. 어르신의 얼굴엔 홍조가 돌았고, 나 역시 안도와 기쁨에 어쩔 줄 몰랐다.
스마트폰을 배우신 지 1년이 다 되어 가시는 어르신은 든든하게 친구분께 전화를 거셨다.
"나 티켓 샀어! 내가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
그 말에 나도 덩달아 웃었다. 이럴 때 보람을 느끼는 것 아닐까. 일흔이 넘어서도 열정을 다해 좋아하는 가수를 만나고 싶어 하는 모습. 그 배움의 즐거움이 나를 더 행복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