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나이〉
엄마는 우리 세 남매의 이름을
늘 한 번에 부르지 못했다.
“은경아!”
잠깐 멈췄다가
“희영아!”
그리고 마지막에
“귀옥아!”
그제야 내 이름이 나왔다.
나는 늘 궁금했다.
왜 엄마는
내 이름을 한 번에 부르지 못하는 걸까.
왜 다른 이름을 먼저 부를까.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나는
두 딸의 엄마가 되었다.
첫째를 부르려고 하면
둘째 이름이 먼저 나오고
둘째를 부르려고 하면
이번에는 첫째 이름이 튀어나온다.
두 명인데도 이렇게 헷갈리는데
엄마는 세 명을 키웠다.
그 자리에 서 보니
그제야 알겠다.
엄마가 왜 그랬는지.
재미있는 사실 하나.
나는 세 남매 중
첫째였다.
엄마는 가끔
단어도 헷갈려했다.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전혀 다른 말을
섞어 말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왜 저렇게 말하지?’
그런데 얼마 전
내가 그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남편과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신혼 시절 집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고
둘이서 이런 말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가스가 끊어졌습니다.”
그 안내문을 보고
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바리스타가 있잖아.”
나는 웃으며 이야기했는데
남편과 딸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둘 다 물음표 같은 얼굴이었다.
알고 보니
내가 말하려던 단어는
바리스타가 아니라
브루스타였다.
내 말이
나의 머리를 거치지 않고
그냥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비슷한 일 또 있었다.
옷을 보다가 딸에게 물었다.
“예전에 텐텐에서 샀던 옷은
사이즈가 맞았니?”
남편과 딸이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텐텐이 아니라
탑텐이야.”
또 있다.
책을 읽는데, 그리스와 불가리스
아자! 불가리아다.
요즘 가족들은
내가 말을 시작하면
대화가
스무고개가 된다고 한다.
나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 생각을 해야 한다고..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엄마가 되어가고 있구나.’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던
엄마의 행동들이
이제는 하나씩 이해된다.
스마트폰 수강생인 시니어분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갱년기 시작일 수 있어. 잘 지나갈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요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딱
우리 엄마 정도만 하고
지나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