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돌아가며 쓰는 글 -부모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아버님은 금속을 녹이는 곳에서 일하셨다.
주간과 야간을 번갈아 가며, 일흔넷이 되어서도 계속 일하신다.
여름에는 특히 힘들다고 하셨다.
안전복을 입으면 숨이 막히게 덥고
벗으면 위험해지는 자리라고 했다.
우리는 함께 살지 않는다.
아들은 서울에 있고
아버님과 어머님은 창원에 계신다.
아버님 일 이야기는 대부분
어머님만 알고 계셨다.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얼굴 한쪽이 붉게 달아 있었다.
왜 그러신 건지 어머님은 물으셨지만
아버님도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날도 우리는 평소처럼 저녁을 먹었다.
아버님도 평소처럼 밥을 드셨다.
다음에 만난 건 1년 뒤였다.
그때서야 들었다.
열 김에 얼굴을 데셨다는 이야기를.
이미 지난 일이었다.
어머님은 계속 물으셨다고 했다.
어디서 그렇게 된 거냐고.
아버님은 끝내 말하지 않으셨고
병원에도 가지 않으셨다고 했다.
집에서는 늘 조용하셨고
일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더 몰랐던 것 같다.
명절 마지막 날이었다.
헤어지기 전 들른 커피숍에 잠깐 앉았다.
아버님이 컵을 내려놓고 말씀하셨다.
“이제 일을 그만둬야겠다.”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가 별일 없이 지나온 날들 동안
아버님은 늘 뜨거운 곳에 서 계셨을 것이다.
집은 늘 따뜻했고
그 온도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후
아버님의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게 된다. 작은 변화라도 있는지
아버님 얼굴을 오래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