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르지 '핑크'펜을 동생이 망가뜨리다.
천사들의 합창
시현(10살)이와 경은(5살)이가 여아 캐릭터를 그림 그리고 있다. 사인펜과 색연필로 큰방에 배를 바닥에 깔고 누워서 발을 까딱까딱한다. 동생이 그림을 망쳤다고 종이를 구기면 언니는 자신이 사용하던 스케치북을 찢어서 동생에게 건넨다. 흐뭇해하며 부엌으로 엄마는 일하러 갔다. 그러다 갑자기 시현이가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5살 차이 나는 동생과 이야기를 하며 우는 모습은 엄마의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사건 현장으로 엄마가 출동했다.
시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의 마음이 이
해가 된다. 그 펜은 노 마르지 펜이란다. 마르지 않아서 오래오래 사용하는 펜인데, 그것도 핑크색이 못 쓰게 된 것이다. 경은이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몇 번을 사과해도 시현이의 화는 풀리지 않는다. (하~~~하필 핑크다.)
시현이는 노마르지 펜과 스케치북을 가지고 소리를 지르며 작은 방으로 간다. 엄마는 일단 조금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남아있던 설거지를 하였다. 그런데 큰아이가 쓰레기를 버린다고 부엌으로 나왔다. 책상 청소를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단다.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설거지가 끝난 뒤 시현이 방에 가니 나에게 종이로 접은 하트를 준다. 엄마가 "마음은 풀렸어?" 하니 그렇단다. 동생에게 시현이의 마음을 이야기하러 가자고 하니 말하던 도중에 화가 날 것 같아서 싫다고 한다. 사랑하는 동생에게 또 화를 내면 안 될 것 같다는 말도 덧 붙인다. "시현아, 동생은 또 그런 일을 계속 반복할 수도 있으니 경은이에게 이야기를 해 둬야 할 것 같아. 그리고 가족인데 마음에 쌓아 두는 것 좋지 않을 것 같아"
시현이를 경은이 앞으로 살짝 떠밀었다. 헉! 다섯 살짜리 경은이가 안 듣는단다. 이건 예상 못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경은이가 자신의 그림을 엄마에게 만 보여준다. 시현이가 자신을 소외시키는 그 말에 더 화가 났다. 말하기 싫다는 시현이를 다시 한번 설득시켜본다. ( 큰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바람) 강적인 5살 경은이. 언니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만화 dvd를 튼다. 경은이가 언니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만화를 볼 수 있다고 엄마가 엄포를 놓으니 살짝 언니 쪽으로 돌아 앉는다.
( 둘이 어렵게 마주 앉았다.)
시현 : 언니가 정말 아끼는 펜이거든. 그 펜은 말라지지 않아서 30살이 될 때까지도 쓸 수 있는 사인펜이야. 그걸 꾹꾹 눌러서 못쓰게 만들어서 많이 속상해
경은 : 언니 미안해, 다음에는 안 그럴게.
시현 : 다음에는 마르지펜을 어떻게 쓸 건지 언니 손바닥 위에 손가락으로 써봐.
경은: (아주 살짝 닿을 듯 말듯 경은이의 손가락이 언니 손바닥을 스쳐 지나간다.
시현 : 그렇게 쓰면 사인펜이 안 나올걸~~~하며 웃는다.
시현이가 이렇게 속 마음을 이야기를 하는 게 고맙다. 시현아 기분 어때?라고 물으니 조금은 남아 있다면서 후~~ 후~~~ 내뱉는다. 그리고는 사이좋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그림 놀이로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