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75일째, 민성이 D+424
어제(21일)는 민성이 어린이집 선생님과 학부모 상담을 했다. 아이가 벌써 돌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가 학부모란 사실이 어색하다. 내 생애 첫 학부모 상담이었다.
원래는 아내가 가고 싶어 했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가 모르는 모습이 있는 건 아닌지, 하나하나 물어보겠다고 했다. 지난 주였나, 아내는 상담 질문지도 미리 써서 냈다.
하지만 그녀는 가지 못했다. 원래 반차를 쓰려고 했는데,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는 회사 일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할 수 없이 민성이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내가 상담을 받으러 갔다.
민성이는 지난 8월 처음 등원했다. 돌을 보름 앞두고 였다. 돌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난 밀어붙였고, 민성이는 초고속 적응력을 보여줬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제일 궁금했던 건, 집에서 우리는 보지 못한, 그렇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혹시 민성이가 보였을지 모르는 이상 행동이었다.
아내와 내가 보기엔 민성이는 착하고 밝은 아이다. 돌이 지나고 떼가 늘긴 했지만,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닌 것 같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크게 애 먹이지 않는다. 혼자서도 잘 논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절대 평가다.
또래 아이들과의 상대평가가 궁금했다. 선생님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듣기 좋은 말 말고, 어린이집에서 민성이의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꼭 얘기해달라고 했다. 그래야 우리가 알 수 있고, 필요하면 조치도 할 수 있으니.
예상대로 민성이의 좋은 면 - 이를테면 활발하고 낮잠을 잘 자는 - 을 얘기하던 선생님은 난감해했다. 한참을 생각하다, 아이가 호기심에 친구 눈을 찌르려 했다거나 밥 먹을 때 자꾸 입에 손가락을 넣는단 얘기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며 그 정도나 빈도도 줄고 있다고 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린이집을 나왔다. 집에 돌아오니 민성이는 할머니와 밝게 웃으며 놀고 있었다. 아이가 잘 자라줘서 다행이다. 그가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