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74일째, 민성이 D+423
지난 주말, 민성이가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감기가 유행이라더니, 우리 아들도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다. 그제(19일) 아침, 소아과 문을 열자마자 가서 감기약을 지어왔다.
그제와 어제 이틀 동안 약을 먹였더니, 민성이는 거짓말처럼 콧물이 나오지 않았다. 음식 알레르기가 생겼을 때도 느꼈지만, 아이들의 회복력은 가히 놀랍다.
민성이가 조금 좋아지니, 이번엔 내가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들한테 옮았을 수도, 아니면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수도 있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환절기만 되면 한 번씩 감기에 걸리곤 했다.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코가 꽉 막혀 콧물이 눈으로 역류할 것만 같았고, 목 안이 부어 침을 삼키기 힘들었다. 그렇게 해롱대고 있는데 오후 3시가 됐다. 민성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어린이집 현관에서 민성이 신발을 신기면서, 선생님에게 "아이는 괜찮아졌는데 제가 콧물을 흘리네요"라고 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아버님, 민성이한테 옮기시면 안 돼요." 내가 옮았을 수도 있는데, 억울했다.
몸이 멀쩡해도 힘든 게 애보기다. 다행히 아빠 상태가 메롱인 걸 알았는지, 민성이는 혼자 잘 놀아주었다. 아이가 아플 때, 나도 아프면 매우 곤란하다. 둘 중 하나는 멀쩡해야 한다.
민성이가 돌발진으로 입원했을 때, 병원 생활 이틀째인가 사흘째,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던 적이 있다. 아이는 손에 꽂힌 수액 바늘을 뽑겠다고 발버둥을 쳤다. 내 인생에 손에 꼽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이다.
내가 코 찔찔이가 됐다고 하자, 어린이집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아프지도 못해요." 아이를 보는 사람은 아프지도 못한다. 이젠 나보다 아이를 위해서 아프면 안 된다. 이 악물고, 건강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