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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y 03. 2020

한 바퀴 돌아, 다시 여름

휴직 3일째, 민성이 D+252

하루에 한 번, 민성이와 산책을 나간다. 반포천 주변은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산책로 중 하나다. / 2020.05.02. 반포천


날씨가 부쩍 더워졌다. 이제 5월을 갓 넘겼는데도, 산책을 하다 보면 솜털 같은 민성이 머리카락 사이로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나를 닮아 더위를 많이 타는가 보다,라고 어제도 와이프와 이야기했다.


2019년 8월 26일, 민성이는 한창 더울 때 우리에게 왔다. 좀처럼 더위를 타지 않는 우리 와이프도 그때는 더웠다고 했다.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이 다시 눈 앞에 와있다. 민성이와 맞는 사실상 첫여름이다.


석가탄신일부터 이어졌던 연휴엔 겨울을 정리하고 여름을 준비했다. 우리 부부와 민성이의 겨울옷과 이불, 가습기를 집어넣고, 여름옷과 선풍기, 제습기를 빼냈다.


와이프는 옷장 한편에 넣어두었던 블라우스도 꺼냈다. 와이프는 내일부터 복직한다.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5개월, 도합 8개월 만의 복직이다. 올여름은 와이프는 회사에서, 나는 집에서 민성이와 함께 보내게 됐다.


내 육아휴직은 3일 전부터 시작됐지만, 본 게임은 내일부터다. 아이를 둘이 보는 것과 혼자 보는 건 차원이 다르다. 지난 3일간은, 뭐랄까, 7말 8초 한여름 더위는 시작도 안 한, 5월 초 지금의 날씨 같다랄까.


내일부턴 민성이의 기상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 하루 5번의 식사와 2번의 낮잠, 밤잠, 목욕, 산책, 매 순간 놀아주기까지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건 지난 8개월 동안 와이프가 혼자 다 해온 것들이다.


이른바 '독박' 육아를 안 해 본 건 아니다. 와이프가 집안일로 본가에 며칠 내려가야 했을 때도 민성이와 둘이 동고동락했었다. 며칠이었다지만, 그래도 그땐 잠깐이었다. 내일부턴 2년이다.


조부모가 아이를 봐줄 수 있거나 사람을 쓸 게 아니라면, 부모 중 누군가가 아이를 봐야 한다. 아빠도 일하고, 엄마도 일한다면 둘이 돌아가면서 아이를 봐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짐은 나눠져야 한다.


손목이 너덜너덜해졌다면서도, 나보다 100배는 더 민성이를 안아주던 와이프, 8개월 간 짊어져왔던 육아의 짐을 내려놓고 내일부터 다시 회사로 향한다. 올여름부턴 그 짐 내가 질게. 부인, 그동안 고생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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