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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y 05. 2020

매트 밖 민성이, 다시 데리고 와야 할까

휴직 5일째, 민성이 D+254

갈수록 호기심이 는다. 빨래를 개고 있으니 어느새 빨랫대 아래로 기어 오더니 자기도 거들겠단다. 빨래 하나로 마냥 행복한 8개월 강민성 씨. / 2020.05.04. 우리 집


민성이는 잘 먹고, 잘 잔다. 그렇지 않은 아기들도 있다는 걸, 주변에서 들어 안다.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두 가지를 잘해주는 것만으로도, 민성이는 이미 효자다.


민성이는 아침 6시쯤 일어나 저녁 7시쯤 잔다.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그렇다. 낮잠은 하루 두세 번, 도합 두 시간쯤 잔다. 밤잠, 낮잠을 합하면 평균 13시간이다. 하루 반 이상을 자는데 쓴다.


남은 11시간, 그다음 중요한 건 밥이다. 민성이는 하루 5번 밥을 먹는데, 3번은 분유만, 2번은 이유식을 함께 먹는다. 일어난 직후부터 자기 직전까지, 3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오후 산책, 저녁 목욕을 제외하면, 나머진 그의 자유시간이다. 반은 뒹굴고, 반은 기는데, 날이 지날수록 확실히 기는 시간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흡사 개선문 같이 생긴, 민성이 장난감 중 하나는 문을 닫을 때마다 'See you lator, alligator'라고 한다. 나는 민성이 또래 아이들이 '악어'처럼 기어 다녀서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다. (아니라고 한다.)


103호의 악어, 강민성 씨는 근래 매트가 깔린 거실을 넘어 주방과 작은 방은 예사로 침범하고, 심지어 문턱을 넘어 화장실까지 들어가려는 날이 많아졌다. 매트 위로 다시 연행할지, 그냥 둘지 요즘 그게 고민이다.


수시로 바닥에 머리를 찧는 민성이를 생각하면 매트 위가 안전하다. 어제도 매트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몇 번 울음을 터트렸다. 혹도 생겼다. 하지만 민성이는 매트 밖에서 즐거워할 때가 많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면서도.


민성이가 커갈수록, 내 고민도 더 깊어질 거다. 지금의 매트가 나중엔 민성이의 학교가, 직장이, 가정이 되겠지. '민성아, 널 생각하면 여기가, 이 학교가, 이 직장이, 이 가정이 더 안전해.'


민성이를 생각하는 게 뭘까. 그게 과연 민성이를 위한 걸까, 날 위한 걸까. 머리의 혹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을까. 민성이는 지금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매트 밖 그의 세계를 열심히 탐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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