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7일째, 민성이 D+256
민성이는 자고 일어난 직후, 새벽에 컨디션이 제일 좋다. 어제도, 그제도 뒹굴었던 거실인데, 며칠째 손에 쥐고 흔들었던 장난감인데, 푹 자고 일어나면 설렘도 '리셋'되나 보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설렘은 반~~~감된다.
이때가 글을 쓸 때다. 혼자 놔둬도 찡얼 대지 않고 잘 놀 때, 나도 글에 집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사냥꾼 강민성 눈에 띄지 않는 거다. 시야에서 잘만 사라진다면, 그날의 육아일기를 이때 마무리할 수 있다.
어제도 이 시간을 노렸다. 사냥꾼이 헝겊책에 꽂혀있는 듯 해, 안심하고 노트북을 열었다. 소리가 난 것도 아닐진대, 민성이는 순간 나비처럼 앞구르기를 하더니 벌처럼 키보드를 눌렀다. '₩ㄷ3!@312ㅂ1…(하략)'
민성이의 첫 브런치다. 영어와 한글, 숫자와 특수기호가 암호처럼 섞여있다. 난 심지어 '₩'는 맥북 키보드에서 뭘 눌러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민성이 덕에 처음 알게 됐다. 노트북을 사고 8년간 써본 적이 없는 '₩'다.
휴직 7일째, 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딱 일주일이다. 매일 육아일기를 쓰겠단 다짐을, 그래도 일주일은 지켰다. 2년 동안 기록하겠다 했으니 0.9% 목표 달성이다.
아내의 복직 첫날 남긴 기록(엄마 복직 첫날, 민성이는 울지 않았다)은 조회 수가 만을 넘었다. 이상하게 아침부터 조회수가 치솟더라니, 다음에서 사이트 메인에 글을 올려놔서 그런 거였다.
그 맛을 봐서 그런지, 이후론 틈날 때마다 브런치 앱을 누르고 있었다.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없으면 실망했다. 페이스북도 이 정돈 아니었다. 'SNS 중독자'가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글을 쓴 보람이 생겼고,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하지만 조회수에 울고 웃으려 글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민성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지만, 하루 종일 8개월짜리 아이랑만 있는 건 쉽지 않다. 지난달과는 너무 다른 생활이다. 그래서 브런치에 의지하고 싶어 졌나 보다. 그러지 마 아빠, 민성이가 그의 첫 브런치에 적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