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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y 12. 2020

아들의 육아휴직, 엄마에겐 어땠을까

휴직 12일째, 민성이 D+261

거대한 아기 당근이 우리 집 소파를 등반하고 있다. 클라이밍에 꽂힌 그는 최근 장난감 통에 이어 이유식 의자, 아빠를 차례로 정복했다. / 2020.05.11. 우리 집


낮 12시쯤 민성이 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민성이가 부지런히 소파를 등반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카카오톡 뉴스 탭에서 민성이와 아내 사진을 봤다고, 네가 글을 올렸느냐고 물었다.


어제(11일) 쓴 글(아이는 엄마만 낳을 수 있다)이 카톡 탭에도 올라갔고, 엄마가 그걸 우연히 본 모양이었다. 엄마는 "사진이 민성이랑 애 엄마 뒷모습 같아서 눌렀는데, 글쎄 맞는 거야"라며 연신 신기해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육아휴직에 들어가고 인터넷에 글을 쓰고 있다, 민성이와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 시작했다, 매일 글을 쓰면 복직했을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등등. 엄마는 기뻐했다, 특히 후자에서.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느냐며, 마치 학생 때처럼 칭찬을 받았다. '아이고 내 새끼' 느낌으로. 엄마는 그러면서 "그래, 그렇게 뭐라도 해야지"라고 했다. 안도하는 듯했다.


육아휴직을 쓰겠다 했을 때, 그녀는 말을 아꼈다. 다른 남자 선배들도 휴직을 쓰느냐, 정도만 물어봤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 눈으로는 말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그것도 2년이나, 회사에서 괜찮겠어, 아들?


아무렇지도 않다고, 요즘은 남자도 육아휴직을 많이 쓴다고 몇 번을 말했다. 그래도 불안했겠지. 그러던 차에, 내가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하니 - 그리고 그게 회사 생활에도 도움이 될 거라 하니 - 조금 마음이 놓였나 보다.


생각해보면, 엄마에게 나는 민성이었다. 35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여전히 내 모든 걸 걱정한다. 반찬이 떨어져 밥을 잘 못 챙겨 먹을까, 아직도 속을 태운다. 지금 나와 아내가 매사 민성이를 걱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앞으로 두 달 뒤, 우리 가족은 이사를 한다. 와이프 지역 근무 때문이다. 부모님이 계신 군산에 지원할 생각인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일상은, 민성이에게도 좋을 거다. 


엄마는 곧바로 브런치에 가입했다. 이모도 구독자로 이름을 올린걸 보니, 분명 엄마가 얘기했을 거다. 눈에 훤하다. 나도 민성이에게 받은 만큼은 사랑을 물려줘야 할 텐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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