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1일째, 민성이 D+260
아내와 둘째 이야기를 했다. 누가 먼저 얘기를 꺼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와이프는 민성이를 안고 있었고, 나는 소파에 앉아 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민성이가 너무 귀여워서, 둘째 생각이 난다고 했다.
생후 8개월을 지나 이제 9개월을 바라보는 민성이는, 실제로 아주 많이 귀엽다. 신생아 티를 많이 벗더니,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를 웃음 짓게 한다. 이젠 혼자서도 제법 앉고, 자기도 그게 재밌는지 아재처럼 껄껄 웃곤 한다.
우리 둘 다 둘째가 있는 게, 민성이에게 좋을 거라는 데엔 의견이 같다. 와이프는 세 자매 중 장녀, 나는 형제 중 장남이다. 우리 둘 다 형제자매의 존재가,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고 있다.
와이프는 첫째를 낳기 전부터, 둘째를 낳지 않겠다고 했다. 입덧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몸이 이제 조금 회복됐는데, 임신과 출산이라는 긴 터널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내가 낳지 않겠다고 하면, 낳지 않는 게 맞다. 아이를 낳는 데 있어, 아빠는 결정권이 '전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아빠들이 가끔 착각하는 게 있다. 아이는 엄마가 낳는다. 아빠는 낳을 수 없다.
임신과 출산, 육아 세 파트에서 아빠가 그나마 기여할 수 있는 건 육아 정도다. 임신과 출산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다. 산후 8개월, 아내는 아직도 배 위의 흉터가 가렵다고 했다. 나는 평생 느낄 수 없는 가려움이다.
어제(10일) 아내가 민성이를 안으며 둘째 생각이 난다고 했던 건, 낳자는 뜻은 아니었다. '누가 낳아줬으면 좋겠다'에 가깝다. 기울기에 약간 변동은 생긴 듯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긍정보단 부정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임신과 출산이 힘들어서도 있지만, 장애나 사고 같은 위험을 새로 감수해야 하는 것도 두렵다고 했다. 식구가 하나 늘어, 두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원 없이 해줄 수 없으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가 주는 행복이 더 클 거라 믿지만, 그녀의 결정을 존중한다. 엄마가 있고, 둘째가 있는 거다. 있으면 있는 대로 좋고,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좋다. 민성이 하나로도, 이미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