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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an 17. 2021

민성이의 외박 일기

휴직 262일째, 민성이 D+511

부채꼴 마스터, 우리 집 곰돌이 / 2021.1.16. 부모님 집


어제(16일)는 서울에 사는 민성이 삼촌, 내 동생이 군산에 내려왔다.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함께 매일 똑같은 생활을 하다 보니, 타지의 가족이 놀러 오는 게 얼마나 큰 이벤트인지 알게 되었다.


민성이도 마음이 들떴는지 낮잠도 1시간밖에 자지 않았다. 짜증을 내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부모님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어제는 모처럼 민성이와 부모님 집에서 외박할 계획이었다.


가끔은 외박을 하는 게 민성이한테도 필요해 보였다. 아이가 너무 집에서만 자면 다른 곳, 예컨대 여행지 숙소 같은 데선 자기 힘들어한다고 들었다. 물론 동생이 왔으니 가족끼리 저녁에 술 한잔하기 위한 게 가장 컸다.


어차피 하루 자고 오는 거니 짐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줄이고 줄였는데, 챙겨놓고 보니 그래도 한 짐이었다. 부모님 집엔 기저귀도, 아이 식판도 있는데 그 정도였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과 외박하는 건 천지차이였다.


바리바리 짐을 챙겨 부모님 집에 도착했는데, 결국 민성이 칫솔을 놓고 와서 집에 한 번 더 갔다 왔다. 아이를 내려놓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아이와 또 외박할 일이 있으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모님 집에 와서, 어른 다섯이 아이 한 명을 돌보며 놀다가, 저녁에 모처럼 온 가족이 술상 앞에 모였다. 온 가족엔 16개월 아이도 포함됐다. 


난 아이를 먼저 재우고 어른들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아내가 오늘은 한 번 민성이를 끝까지 재워보지 않겠다고 했다. 과연 아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한 번 보겠다면서.


예상외로 민성이는 일찍 졸려했다. 술상 같은, 그를 흥분시킬만한 게 눈 앞에 떡하니 놓여있는데도 아이는 저녁 7시쯤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아내가 업어주자 민성이는 그녀 등에 찰싹 붙어 곯아떨어졌다.


몇 분 뒤 침실에 들어갔던 아이가 갑자기 쌩쌩해져서 거실을 휘젓고 다녔다. 문득 이렇게 잠들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나 보다. 결국 저녁 9시쯤 그는 우리 옆에서 같이 잠들었다. 민성이는 그렇게, 그의 일생에 신기록을 세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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