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5일째, 민성이 D+264
바닥에 누운 것까진 기억이 난다. 마지막 조문객을 배웅하고, 친지들도 숙소로 보냈다. 아버님 빈소엔 나와 아내만 남았다. 눌러왔던 피로가 쏟아져 그대로 쓰러졌다. 발인을 하루 앞둔 그제, 13일 밤이었다.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아내였다. 새벽 4시 조금 넘었을까. 아버님을 보내기 전 하고 싶은 얘기가 있겠지, 생각했다. 방해하지 않으려 다시 잠을 청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장인어른이 쓰러지고 장례를 치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일을 처리해 온 아내다. 어제 빈소를 찾은 동생도 "형수는 진짜 작은 거인이야"라고 했다. 아버님과 단 둘이 남았을 때, 그 작은 거인은 그제야 눈물을 흘렸다.
발인 전 미리 차에 짐을 실으러 가면서, 왜 울었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살 거면, 오래라도 살지 왜 이렇게 일찍 가느냐고, 그게 안타까워 울었다고 했다.
일찍이 어머님과 이혼해 혼자셨던 아버님은 챙겨드릴 일이 많았다. 술도 자주 드셨다. 누군가는 잔소리를 해야 했고, 장녀인 아내가 20년 넘게 '싫은 소리'를 도맡아 했다. 어머님 대신이었다.
아내는 아버님이 병상에 계실 때도, 막냇동생이랑은 밝게 얘기하다가도 그녀만 오면 자는 '척'을 했다고, 속 터진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님이 마지막까지 찾으셨다던 틀니도, 아내가 사드린 거였다.
발인을 위해 친지들이 다시 빈소로 모이자, 그녀는 다시 작은 거인으로 돌아갔다. 발인제를 지내고, 화장을 하고, 어제 봐 뒀던 수목장 숲에 아버님을 묻었다. 아내가 준비한 대로, 일이 차근차근 잘 진행됐다.
그렇게 큰 무리 없이 아버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민성이부터 찾았다. 장모님과 산책 중이었던 민성이에게 뛰어가 냅다 그를 납치해왔다. 사흘 만에 본 민성이는 더 사랑스러워졌다.
민성이를 재우고, 아내와 막냇동생은 어머님에게 지난 한 달간의 일을 들려주었다. 어머님도 전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두 딸과 함께 종종 웃었다. 아버님을 땅에 묻고 온 날, 그녀들이 울지 않아 참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