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3일째, 민성이 D+262
어제(12일) 저녁 7시 59분. 민성이의 외할아버지, 장인어른이 운명하셨다. 올해로 딱 환갑, 장인어른은 너무도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셨다.
내가 육아휴직을 쓰기 직전, 지난달 17일 쓰러지셨으니 한 달이 채 안됐다. 술이 문제였다. 장인어른은 간경화 말기를 넘어, 급성 간부전 말기 진단을 받았다. 나중엔 간 이식조차 버겁다고들 했다.
아버님은 혼자셨고, 장녀인 아내가 모든 걸 알아봐야 했다. 지난 한 달, 아내와 그녀의 막냇동생은 아버님이 쓰러지신 경북 영천과 대구, 서울을 오가며 초인적인 생활을 해왔다. (힘들수록, 짐은 모두가 나눠져야 한다)
두 딸은 응급실 간이의자에 기대 아버님 곁을 지켰다. 인근 모텔에서 쪽잠을 자며, 6시간씩 맞교대로 불침번을 섰다고 했다. 영천에서 어렵다고 하니, 대구로, 다시 서울로 병원을 옮겼다. 그녀들은 최선을 다했다.
어제 아침,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기 전, 와이프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탁에 김치찌개를 몇 스푼 뜨다가 "찌개가 있었네, 언제 끓였어? 난 왜 처음 보는 것 같지?"라고 했다.
지난 주말에 내가 끓여 분명 같이 먹었다. 그때 와이프는 또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찾으며 밥을 코로 먹고 있었다. 그런 한 달이었다. 그러니 8개월 만의 복직은 그녀에겐 일도 아니었다.
멀리 있어 자주 뵙진 못했지만, 내가 본 아버님은 '초긍정왕'이셨다. 아내는 그런 아버님이 복장 터진다고 했지만, 뵐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밝으실까 신기했었다.
아버님은 세 딸 곁에서 주무시듯 편하게 가셨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밝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딸들이 너무 슬퍼 말라고, 마음 편히 가지라고,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건넨 선물이라 생각한다.
아버님은 끝내 민성이를 보지 못하셨다. 몸 상태가 좋아지시면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짧았다. 민성이가 조금 더 크면 아이의 손을 잡고, 아버님을 뵈러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