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일째, 민성이 D+253
와이프가 출근했다. 민성이를 낳은 지 8개월 만이다. 하얀 블라우스에 감색 치마를 차려입은 와이프는 문 밖에서, 민성이를 품에 안은 나는 문 안에서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올게.' '민성아, 엄마 안녕해, 안녕.'
느낌이 묘했다. 지난 달만 해도 정장 차림의 내가 문 밖에, 파자마를 입은 와이프가 이 곳에 서 있었다. 와이프가 문을 닫자, 103호에는 남자 둘만 남았다. 35살의 나, 그리고 이제 생후 253일을 맞은 민성이.
민성이는 울지 않았다. 통상 엄마가 출근하면, '엄마 가지 마, 어디 가'하며 눈물 콧물 범벅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렇지 않더라. 민성이가 어려서 그런 듯했다. 다행이었다. 바통터치의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온전히 나 혼자 민성이를 처음 돌본 건, 민성이 70일쯤이었다. 새벽 5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결이었지만, 와이프라는 걸 알았다. 전날 밤부터 와이프는 지쳐있었다. 우리 집 두 남자 때문에.
외출이란 건 알겠는데, 어디로 가려는 건진 감이 오지 않았다. '이 시간이면 커피숍은 아닌데.' 동이 틀 무렵, 장모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아, 대구구나.' 와이프는 그날 밤 10시쯤 집에 들어왔다.
옆에서 분유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았지만, 주 양육자는 늘 와이프였다. 민성이와 둘이 잠깐 있었던 적은 있지만, 하루 종일 있었던 적은 없었다. 그 날이 처음이었다. 당장 뭐부터 해야 하나, 막막했다.
그때 나를 구해준 건, 민성이의 분유 텀과 수면시간을 빼곡히 기록해놓은 육아일지였다. 와이프가 조리원 때부터 해오던 거였다. 전날의, 전전날의 일지를 살펴보고 나서야 당장 뭐부터 해야 할지, 희미하게나마 감이 왔다.
이제는 그날만큼 막막하진 않다. 때가 되면 먹이고, 때가 되면 재운다. 일지가 가리키는 대로 먹이고 재우다 보면 어느새 목욕시킬 시간이다. 육아휴직 4일째인 오늘도,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 않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지금은 끝이 안 보여도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어느새 도착점에 와있는 마라톤 같다. 도착점은 모르겠고, 확실한 건 출발점만큼은 등 뒤에 바짝 붙어있다는 거다. 이제 시작이다. 잘해보자, 민성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