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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y 03. 2020

민성이, 민성이 아빠

휴직 2일째, 민성이 D+251


아이를 낳기 훨씬 전부터, 심지어 와이프를 만나기 전 총각일 때도,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어떤 이름이 좋을까 생각하곤 했었다. 건방지게도, 나는 분명 여러모로 완벽한 이름을 지어줄 수 있을 거라 자신했었다.


하지만 이름을 짓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딱 하나뿐인, 대부분 평생 가는 누군가의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장고가 거듭됐다. '네이밍 시트'까지 만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우리 아이 이름은 결국 작명소에서 나왔다.

 

이미 한 차례 이름을 바꾸고, 그 덕에 전과 달리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와이프가 그러자고 했다. 대학시절, 와이프의 새 이름을 지어준 작명소였다. 그곳에선 '민성'과 '경민' 두 이름을 보내줬다.


'강경민'보다는 '강민성'이 낫다고들 했다. 그런데 처음엔 너무 흔한 이름을 지어줬나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더 오래, 더 쉽게 기억하는 이름이 - 내 이름, 나루처럼 - 더 유익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네이밍 시트에는 영어 이름으로도 쓸 수 있는 '태오(Teo)'∙'이든(Ethen)'이나, 말소리가 이쁜 '로아'∙'은우' 등이 담겨있었다. 조금 흔할 진 모르겠지만, 대신 '민성'에는 이들 이름에는 없는 의미가 있었다.


온화할 민(旼), 이룰 성(成)은 성 씨인 굳셀 강(姜)과 만나 '굳세면서도 온화한 사람'이란 뜻이 되었다. 우리는 안다, '외유내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괜히 작명소가 아니구나 싶었다.


오늘로 생후 251일, 굳세고 온화한 강민성 씨는 요즘 아랫니에 이어 윗니가 나려는지 이앓이를 자주 한다. 창문 앞에 데려다 놓으면 어느새 바람의 속도로 기어와 설거지를 하는 내 발등을 만지고 있다.


이름의 뜻대로 잘 자랐으면 좋겠다. 겉으론 타인에게 한없이 상냥하고 자상하면서도, 안으론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을 토대로 휘청이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됐으면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데, 민성이가 잘 자라려면 결국 민성이 아빠의 역할이 중요할 거다. 앞으로 2년, 민성이를 향한 바람은 항상 나 자신에 대한 다짐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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