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일째, 민성이 D+250
2020년 5월 1일, 오늘, 육아휴직이 시작됐다. 내 나이 35살, 직장생활 10년 차, 민성이 생후 250일째 되는 날이다.
육아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회사 사람들도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아빠 육아휴직도, 이제는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닌 듯했다. 다만 '2년간' 육아휴직 예정이라고 했을 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우와 좋겠다. 나도 육아휴직하고 싶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던 것 같고 - 나와 같은, 입사 10년 차 동기들이 특히 그랬다 - '아이랑 좋은 시간 보내고 와'란 인사도 비슷하게 많았다.
드물게 '하긴 시대가 바뀌었으니 쉬어가는 것도 괜찮겠지'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남자'와 '육아휴직'이 합쳐진 말은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를 지나오신, 주로 부장급 선배들이 그런 말씀을, 걱정을 해주셨다.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던 신혼 시절, '1과 2는 몰라도 0과 1은 다르지 않을까'라며 간접적인 압박을 이어가던 내게, 와이프는 "그럼 오빠한테 아이를 선물로 낳아줄 테니, 키우는 건 오빠가 다 해"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내게 육아휴직은 늘 상수였다. 다만 언제, 얼마나 육아휴직을 할 건지만 변수였는데 마침 나는 부서에서 큰 프로젝트를 끝낸 뒤 인사를 앞두고 있었고, 와이프는 지역 근무를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모든 아빠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운이 좋았다. 회사가 남성 육아휴직을, 그것도 2년이나 보장해줬고, 와이프 혼자 일을 해도 경제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시없을 2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매일은 어렵더라도, 아이와 내 일상을 최대한 촘촘하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글 쓰는 직업이니, 나에게도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했다.
더 욕심을 내본다면, 예전보단 많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적은, '남성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을 아빠들에게도 이 기록이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