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96일째, 민성이 D+745
며칠째 비가 온다. 애를 볼 때는 확실히 날이 맑은 게 좋다. 날이 흐리면 기본적으로 기분이 처지는 데다, 산책을 나갈 수 없으니 애는 몸을 배배 꼬고, 그런 애를 보는 나는 육아 스트레스가 대폭 상승한다.
하지만 이번 주 난 꽤 괜찮았다. 집에서 민성이와 시간을 잘 보냈다. 어제(7일)도 한 눈으로 민성이를, 다른 한 눈으론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난 500일 동안 민성이도 컸고, 나도 제법 컸구나.
지금이야 괜찮지만, 괜찮지 않을 때도 많았다. 육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비가 와서,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서, 돌이켜보면 내 육아 라이프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했다.
처음으로 아내에게 병원 이야기를 꺼냈던 날이 기억난다. 코로나로 민성이 어린이집이 꽤 오래 휴원 했을 때였다. 상담을 받아볼까, 퇴근한 아내를 태우고 민성이가 놀고 있는 부모님 집으로 가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처음으로 이러다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조금 헷갈렸다. 어쩌면 이미 조금은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어서. 나는 정말 힘든데, 아내는 그걸 몰라주는 것만 같아서 더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있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그나마 오후엔 부모님 집으로 아이와 피신(?)할 수 있어서 숨을 쉴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난 진즉에 병원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휴직 500일 동안 내가 힘들었던 걸로 손꼽는 순간이 크게 네 번 있다. 민성이가 돌발진과 폐렴에 걸렸을 때, 그리고 어린이집이 두 차례 코로나로 강제 휴원 했을 때다.
공통점은 모두 온종일 혼자 아이를 돌봐야 했다는 거다. 남자건 여자건 독박 육아는 피해야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이건, 친구건, 부모님이건 주변에 대체, 혹은 보조 양육자를 둬야 한다. 해보니, 그것이 지속 가능한 길이다.
주변에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서 난 늘 이렇게 조언한다. 가능한 애는 혼자 보지 말고, 힘들면 무조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그게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아이한테도 좋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