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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Sep 28. 2021

곡창지대의 사랑

나루시선, 47

곡창지대의 사랑

                                        서나루




산이 없는 곳

들이 끝없는 곳

인력이 넘쳐나고 사랑이 넘쳐나는 세계에서

너는 왔지


쌀은 배부른 곡물이래

유럽은 작황이 좋지 않은 밀 농사를 짓고

그래서 사람이 귀했고

인권도 발명되고 자동기계도 발명되었단 말을 들었지


그래.

너의 세계에는

사랑이 그리도 많니


너의 세계에는 뭔가 많았지

돌무더기처럼 얹힌 사연들과

돌담처럼 무너지는 억장같은 슬픔이 아니었다면 널 돌아보지도 않았을 거야

난 내 사랑이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라 믿었지

하지만 넌 슬픔과 상관없이 사네

사실 너는 별로 슬픔 바깥에서 

사랑없이도 즐거웠지


외롭게 혼자 아파하게 두지 않을게.

외롭게 혼자 아파하게 두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는 외롭지도 혼자이지도 아프지도 않았고

나는 밤에 초코바 하나를 먹을까 말까 망설이며

그것을 무덥게 씹다가

지구 반대편에서 카카오를 수확하는 사람들 생각을 했네


우리는 모두 비옥하게 자랐는데

사실 그렇게 믿을 뿐 폐허인데도

너는 사랑이 너무 많아서 더 받을 필요가 없었고

나는 사랑이 너무 많아서 넘쳐흘러 줘야만 했네


눈물을 먹는 착한 괴수로 자라기로서니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 에너지를 주는 사람 같아요

네가 그랬고 내가 그래도

너는 어쩜 그렇게 사랑이 많니

어떻게 하면 폐허에서도 그리 곡식은 충분하니

나는 방앗간에 찐쌀을 팔고

풍년에 풍년을 더하러 가네










Photo by Benjamin Davi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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