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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Sep 05. 2020

식도염

나루시선, 14

식도염

                    서나루



부자들은 술을 안 먹어

아니야 부자들은 술을 먹어도 괜찮아 


어쩌다 친구가 재워 준 호텔에 와서

기자만 다섯 명에, 금색 뱃지를 달고

로비를 가득 채운 인자한 아저씨들이

생일을 축하하러 왔을 할아버지는

평생 술을 얼마나 마셨을까


대학엘 못 가고

노동운동을 하는 동지는 자기 계정에 

취해서 쓴 시를 올린다. 문창과 친구들은

그것을 견뎌 주지

진보정당의 화합을 위해


나는 그 취한 문학청년들을 견뎌 준다

담배 끊고 술 먹지 말라고 그건 코르사코프

증후군에 걸린다고 무서운 그리고는 결국엔 나도

술을 먹고 담배를 두 대 피고 토를

토는 하지 못해서 밤을 샌다.


토를 하면 식도 괄약근이 약해지고

역류성 식도염에 걸릴 수 있다고. 걸리는 것이

식도염뿐인가 내가 걸어둔 희망은 

공짜 과학이지. 문청(文靑)들이 호프집

옷걸이에 걸어놓고 섹스들을 하는 것은

경기도에 집 있는 대학생들의 그 젊음이고

돈이 아닌 것도 지불해야 하는 등단의 희망일 때


호텔처럼, 평생 돈을 모아도 살 수 없는 혁명과

단지 그 호텔에 묵기 위해

노가다 한대가리보다 더 비싼 숙박비를 내는

알바하는 혁명가의 마음이 PTSD에 걸릴 때


나는 숙박비도 너무 비싸

무료 과학에 걸었지. 아무도 카페 바닥에 쏟긴

얼음처럼 깨진 가정의 보고서에 값을

매기지 않으니까. 화폐는 곧 가치잖아? 너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엘리트주의자는

아니겠지. 너의 가치에 값을 매기지

않는 순간 열정페이라고 부를 거면서

아니면 너도 사든가, 자기도 안 살 거면서


그래서 박살난 사례들은 검색창에 

조장을 치른 몽골의 팔다리처럼 굴러 다니지

마르크스 1권을 읽고 혁명가가 된 사람들과

마르크스를 끝까지 다 읽고 술을 마시고

토하는 국립대 시간강사들과 그들의 손에서 큰

2세대들. 2세대의 2세대들. 그들의 2세대들


걔들도 술을 먹어. 부자들처럼

사실 부자들도 술을 먹는지는 모른다. 우리에게

진리를 식별할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듯이. 

하지만 식도염의 진리를 알아야

술 처먹고 토하는가


토한 것의 냄새를 맡을 뿐이다 

우리는 진리 없이도 알게 되리라





(2020.02.11)

Photo by Seoung13 on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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