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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Sep 05. 2020

새것

나루시선, 15

새것

                    서나루




창의력은 다 되었지

이제 시를 쓸 기운도 없잖아. 연전연패 하면서

빈 경기장에서 홀로 천 번도 넘게 지면서

아니 우리 함께 손에

손을 맞잡고 열리지 않은 토너먼트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하면서, 우리가 이긴 건

이상하게 청구된 요금 때문에 상담원에게 항복을 받아낸 것뿐이지

남들처럼 버젓이 남의 목에 현상금을 걸 수 있게 되고

우리도 백만 원, 이백만 원 조금씩 주식을 살 수 있게

된 이후로, 여전히 세상은 좆같지만 그렇게까지 삶이 힘들지는 

않게 된 이후로

투쟁가를 스트리밍 하고 투쟁시는 문학상의 표준이 되고

살아남은 자들은 문화부 장관이 되어서 투쟁가를 부를 때

우리는 삼백만 원, 사백만 원 조금씩 돈을 모아서

잡혀 간 동지의 후원 주점을 여는 모임에 후원을 하자

동지를 위하여, 혁명을 위하여 전부 사민주의자가

되었으나 그럼에도 마음 속의 살아있는 

붉은 별을 위하여, 투쟁 다큐멘터리를 보고, 문화부 장관과

같은 노래를 부르고, 문화부 장관 욕을 하고

남몰래 준비한 스킬로 취업을 하고, 일을 하고 욕을 하면서

점점 시가 필요없어지는, 시가 필요한 세상은

내가 바라지도



(202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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