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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Sep 05. 2020

알끈

나루시선, 16

알끈

                    서나루



아침이면 씻으면 씻는다고, 배가 고프면 고프다고

가래보다 더 더럽다. 空으로 된 알끈, 

외로우면 외롭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지랄을 하지,


뭐를 눌러야 끊기는 거지?


나의 알끈에 끌려다니면

원래는 몰랐을 친구들도 생긴다. 알끈에 끌려서 바닥에

몸을 갈아버린 놈들. 알끈이 허리를 감아버린 놈들.

알끈에 맞아서 울혈이 터진 놈들

쥐어서 압을 주면 끊기는 비닐봉지처럼

나는 강단 있게 탯줄을 목에 감았어야지, 뭐를 눌러야


끊기니? 하고 퍼질러 있다가 의사에게 끌려나온 것이야

앞에 뛰는 자본가들이 보이니. 친구들도 달리지. 알끈이

전두엽을 휘젓고 다녀 중뇌도 간뇌도


늦봄 독감에 걸렸을 때 나는 알끈이 폐에 산다는 것을 알았어

법구경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계란 비린내가 가시지를 않아. 초콜릿을 먹고 이를 닦으면

뱉어도 뱉어도 나오는 갈색 가래처럼 

뭘 먹으면 그건 꼭 알끈에 감기지, 오장 육부가

알끈이니까, 머리가 통째로 엮이고 얽힌 것이니까


견물생심이라고 했지, 환속은 예고된 통계야

환관처럼 되지 말아야 해 사고를 애매하게 내지 말아

그래야 하는데, 늦었지

덥다고 부채 부치면 더 덥다 안부치면 안부친다고 더워

알끈 칭칭 감고 뭐 하니


너는 사고를 애매하게 내지 말아






(2019.05.13)

Photo by r/whatisthis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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