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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Dec 29. 2020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없다

나루시선, 23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없다


                                        서나루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없다


밥을 먹고 싱크대 앞에 서서

스크롤을 내린다

날이 갈수록 거실에 서서 시만간 버리고

거북목이 일거지는 중이다. 말 그래도 말야.

요즘 무심결에 한 어절의 두 자음을 거꾸로 쓴다.

정신머리는 애들이 내 이름을 가사에 넣어 불러주던 생일날에 두고 왔다


나는 늙어서 그렇다고 말해본 적 없다. 

열심히 살거든. 갈수록 총명하고 건강하지만

아침엔 마약처럼 홀가분하고

저녁엔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없다


바뀐 사람들, 애인이랑 사 년 째 사귄다는 동창

벌써 사 년이 지났나? 

사 년뿐인가 햇수로 십 년은 넘었을 그 사람들이 없다.


우리는 생각을 통해서 기다리고

어린이 대공원

규범을 지킨다. 얌전히 서서 사라진 일행을 기다리면

방송은 나를 찾을 것이다


어른의 대공원 법이 바뀌고 산재근로자 연대 투쟁

전자 서명을 하고, 벌써 사람 몇 사라진 기계들에

거북목이 지렁이처럼 빨려들어가다 솜사탕 냄새에 깬다. 

나를 찾는 사람들을 찾아야지.


아직 날은 밝고, 사람들이 쥐어준 용돈도 아직 한움큼 있다.

분명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

분명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연극 같은 말은 재미있다

껴안는 상상을 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

그사이 투쟁하는 사람에게도 방송이 온다


나는 이 싱크대 앞에서 데려가질 않는다

베란다에서 누가 부르고 

돌아보면 금새 도시 식 이름을 붙여준다

새 사람들이 도시의 소문을 들려주면 나는 동전을 한닢씩 준다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이다 전혀 다른 사람이다

가족이 되고

있었어야 할 사람들은 오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도 데리고 출발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길 잃으면 

분명 여기에 있기로 했거든

다시 안기는 상상

한사람은 시원하고 한사람은 뜨거운

뺨에 볼을 맞대는 상상을 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










Photo by Tyo kat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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