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시선, 24
'선풍기 바람에 식은 팔 온도'의 어휘를 만들고 싶어
너는 만세를 하고 잔다
나는 찬장의 접시를 꺼낼 때처럼 길게 목을 빼어
코와 입술 끝을 대어 본다
깨우고 싶지도 않고, 돌아누워
베개에 묻고 싶지도 않은 평형 속에서
너는 그런 걸 모르고 자고 나는
너의 없는 의식을 배려하느라 못 눕지
잠은 애착의 사각지대고, 나는 네 조심성의 사각지대야
우리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만났지
너는 나에게 공감 받고 싶은 것을 전부 말해요
나를 그것 때문에 안고 있는 거지?
온도에도 향이 있어. 식은 냄새를 맡는 데는 도가 텄지
내 목에 팔을 감아도 무슨 뜻인지 몰라
외로움은 나의 문제라고 우리는 합의를 봤지
너는 외로운 사람 사이에서 힘들어 뒤척여요
잠든 사람은 무겁지. 무거운 게 힘든 이유는
이미 자기 몸을 들고 있어서야
우리 좁은 침대에서 목을 들고
너의 흩어진 말도 들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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