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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an 09. 2021

제게 테슬라와 주식에 관해
여쭤보신 당신께 드리는 글

테슬라는 무엇인가? 시장이란 무엇인가? 좋은 주식의 조건은 무엇인가?

들어가며


요즘 테슬라의 주가는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언제 들어가야 손해보지 않을까', '지금 들어갔다가 떨어지면 쪽박이 아닐까' 걱정하신다. 물론 맞다. 적어도 우주가 망하기 전까지는, 그 걱정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만물은 순환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엔 끝이 있다. 고전적이고 반박하기 어려운 동양의 지혜이다. 테슬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당연히 언젠가는 테슬라 주식도 하락하고, 언젠가는 합병되거나 상장 폐지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우리가 그러한 너무 궁극적인 끝을 생각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하나를 추천하고 싶다.



BTS (방탄소년단) - 'Not Today'



세상의 모든 존재가 그러하듯이 테슬라도 언젠가는 죽겠지만, 그게 우리 인생 안에서는 아마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테슬라의 뒤에는 단지 미친 주식 투기꾼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뒤에는 지구온난화라는 기후 위기와 화석연료 고갈이라는 전 지구적인 문제가 버티고 있다. 테슬라는, CEO 일론 머스크의 허풍과 웃는 가면을 빼 놓고 보더라도, 모든 인간을 에코-라이프를 위해 산골자기 자급자족 공동체 같은 곳에 처넣지 않고서도 지속가능한 풍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 가능한 현재까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사다. 지구가 더워져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야만 하는 상황이 와도 자동차는 타고 다녀야 할 것이 아닌가? 지구가 더워진다고 해서 전부 숨 멈추고 자살할 수는 없잖은가. 지구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이 지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좌파와 우파가 모두 합의하는 근대성의 정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라는 '호재' : 문제가 끔찍할수록 그걸 해결하는 사람은 큰 보상을 받는다.


기후변화라는 대형 위기 앞에서, 불타는 지구에서 다 같이 죽게 생긴 사람들은 결국 정책적인 해결책을 빼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 세계의 많은 도시에 내연기관 자동차들은 주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것이다. 진짜다. 검색해보시라. 그렇게 보수적이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연을 박살내기 일쑤인 노답랜드 한국도, 2035년부터 서울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못 몬다. 서울 사대문 내 녹색교통 지역 진입이 불법화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경기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동대문구 외곽쯤까지 차를 몰고 왔다가 동대문역사공원역에 차 대놓고 1호선으로 갈아타고 회사 출근할 리가 없지 않은가. 서울을 가지 못하는 자동차를 다른 도시 사람이라고 타고 다니겠는가? 사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제 타지 말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경향은 보수적이기 이를데 없는 한국보다 훨씬 진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은 2035년부터 기름 먹는 모든 자동차 판매가 금지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035년부터 휘발유 먹는 차 판매가 금지된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2024년부터,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에서는 2025년부터 금지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건설중인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고,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기차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는 한, 전기 모빌리티로의 가속은 시간 문제다. 이런 변화는 테슬라가 주도한 것이 아니다. 테슬라는 그냥 기술 기업에 불과하다. 발등에 불 떨어진 다른 경제 관련 주체들이 그들을 돕고 있을 뿐이다. 살아야 하니까. 불타는 지구에서 열사병으로 전멸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테슬라의 가격 그 자체는 어떻게 될까? 지금 테슬라의 가격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변동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21년 1월의 첫 주차는 파란만장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후,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 상원과 하원의 과반을 민주당이 접수하는 블루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민주당은 전통적인 좌파 관점에서는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정당이지만,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미국에서는 그나마 상당히 진보적인 정책을 밀어붙인다. '진보적인 정책'이란 무엇인가? 석유와 석탄을 채굴하고 화력발전소에 화석연료를 빵빵 태워주는 것을 진보적인 정책이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장의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으로 공익적이고 공의로운 정책적 결단을 하는 것이 진보적인 선택이다. 그것은 바로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정책의 전면적 도입 물결을 뜻한다. 그 결과 올해 초부터 테슬라는 무려 9일 동안 신고가를 갱신했다. 그리고 예전 가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헛웃음이 나오는 가격. 원리와 이유는?


함께 주식투자를 하는 나와 친구들은 이런 테슬라의 상승장을 보고 수십 번 고민하고 또 걱정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분명히 너무 높은 수준이 맞다. 테슬라의 PER(주당순이익)는 약간 변동이 있긴 하지만, 1000 언저리다. PER이 1000이라고! 이건 보통의 기업에는 위험신호이기 이전에, 애초에 거의 존재하기가 힘든 수치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자. 자동차로 150km/h를 밟으면 엄청나게 위험하다. 하지만 1500km/h를 밟고 있는 자동차는 위험한 것이기 이전에 존재하기가 힘든 것이다. 테슬라가 지금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좀 더 알아보자.


PER은 주가를 EPS(주당 순이익, Earning Per Share)으로 나눈 값이다. EPS란, 가령 집계기간을 1년으로 놓고 봤을 때, 어떤 기업이 1년동안 번 세후 순이익을 그들이 발행한 전체 주식 수로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나루주식회사가 1년에 10만원을 벌었고, 발행주식이 10개라고 할 때, 한 주의 가격은? 1만원이다. 1주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훨씬 많기 때문에 주식을 사고파는 장터에서 나루주식회사의 1주 가격은 딱 1만원이 아니라 그보다 높거나 낮지만, EPS의 잣대로 판단하기에 1만원 짜리를 그보다 싸게 사는 게 이론적으로는 더 좋은 것이다. 1만원 잠재가치의 주식을, 예를 들어서, 5천원에 사면 이득이니까.


그렇다면 PER은, 말했듯이,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누는 것이다. 예컨대 주당 순이익이 1만원인데, 발행주식 1주의 주가가 2만원이면… 앞으로 적어도 당신이 그 주식을 갖고 있을 동안 적어도 1만원의 추가 이윤을 나루주식회사가 거두어들여야 여러분은 손해를 보지 않으실 것이다. (그러니 제가 돈 많이 벌도록 응원해주시라) 근데, 테슬라는? PER이 1,000이다. 테슬라가 1주당 순이익을 1만원 올리고 있다고 할 때, 그 주식은 1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실제로 현재 테슬라 가격이 2020-01-09 현재 880$(약 96만원)인데, 그 값비싼 주식들의 뭉테기를 갖고 1주당 8.8센트(약 960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100만원 주고 천원 받게 생겼다고! 휴먼… 대체 이게 머. 머선 일이고….


이게 다가 아니다. PER과 함께 가장 중요한 재무제표의 지표로 꼽히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어떤가? 테슬라의 PBR은 무려 42이다. 이것도 심각한 지표이다. 주가순자산비율이란, 말 그대로, 회사의 BPS(주당 순자산)에 비해서 주가가 어떤 비율을 갖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다시 나루주식회사로 가 보자. 나루주식회사에 있는 여러…… 뭐가 있을까? 그래 내가 회사를 차린다면 문이과 혼종들이 우글거리는 리서치 회사 비슷할 것이니 건물을 포함해 노트북, 공유기, 특허권, IBM SPSS 25 라이선스, 정수기, 비데,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게 다 합쳐서 10억원이다. 이 회사가 여러분에게 주식을 10억원어치 발행한다. 그러면 BPS는 10억 원이고 주가도 10억 원이다. PBR은? 10/10이므로 1이다. 만약 이 회사가 망한다면, 이 자산은 모두 처분되어서 여러분에게 분배된다. PBR이 1일 때 우리 회사가 처분당하하면 여러분은 주식을 딱 낸 만큼 회수할 수 있다. PBR의 분모보다 분자가 크다면? 예를들어, 펀더멘털이 10억짜리 회사인데 420억을 발행했고 이 회사가 망하면? 여러분도 망하는 것이다. 그래서 PBR이 42나 되는 미친놈들이 누구라고? 테슬라. 



압도적인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


왜? 대체 왜 이럴까? 


이건 테슬라가 현재 버는 돈에 매겨진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테슬라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지금 테슬라의 실소가 나오는 주식가격은, 테슬라와 그 관계사들이 향후 20년, 50년, 100년, 200년, 500년, 1천 년간 벌어들일 돈에 매겨진 금액이다. 테슬라의 PBR이 42라는 것은, 미래의 어떤 시점에 이 기업이 지금 규모보다 최소 41배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왜 미래가치가 충분한가? 그 이유는 전술한 바와 같이, 바로 지구 온난화라는 인류의 턱밑까지 치고 들어온 죽음의 칼날과, 그럼에도 쿠팡 로켓배송 따위의 풍요를 포기하지 않는 거의 모든 인류의 성미 때문이다. 당신이 빨래조차 재생비누로 손빨래 하는 '양심 그 자체'의 녹색당원 같은 분이라도 어쩔 수 없다. 당신 빼고 다 로켓와우에서 돼지고기 앞다릿살을 주구장창 시켜 먹는 쿠팡 회원이니까… 기술의 진보와 풍부해진 생산력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 물론 계속 진보된 기술로 생산품을 써재끼면 다 죽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빼앗을 수는 없다. 소련이 단지 자본주의의 해악을 방지하기 위하여 인민으로부터 시장경제를 빼앗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폭동과 진압 뿐이었다. 한 번 보급된 기술과 생산력이 만약에 해롭다면, 마치 어린아이 사탕 뺏어서 쭙쭙이라도 물려 주듯이, 대안적 생산품을 갖다 주어야 한다.


대안적 생산품. 대안적 자동차. 대안적 기술…. 여기서 테슬라가 등장한다. 테슬라는 그 모든 문제를, 단지 고객들이 자기네 회사 차를 타고 모든 정부와 공기업이 자기네 트럭으로 수송수단을 바꾸는 정도의 지불로 해결해줄 수 있는, 파급력에 비해서 저렴한 동시에 근본적으로 흉내내기 어려운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거의 유일한 회사로 등장했다. 전기차, 그것도 안전한 전기차, 구글과 세계 1위를 다투는 자율 주행 기술, 급속 충전, 5G로 연결된 모든 자동차들이 갖다바치게 될 엄청난 빅데이터…. 그 와중에 CEO는 또다른 살림을 차려서 화성을 인류의 두 번째 행성으로 만들겠다고 로켓을 쏴재끼고 있다. 테슬라가 어떤 압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는 여기서 더 다루지 않겠다. 어차피 오늘 테슬라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써 봤자 내일은 새로운 단계의 압도적으로 앞서나가는 기술과 완판 행진의 기록을 세울 것이다. 테슬라의 혁신은 너무 자주 갱신되기 때문에, 차라리 검색하는 게 낫다.


그렇기 때문에, 테슬라의 PER이 1000~1200을 오가고 있는 현재, 테슬라 주당순이익의 99.9%는 괄호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 괄호는 미래가치의 괄호이다. 그런데 미래가치가 고평가되었다면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지금 테슬라 주가가 96만원인데, 지금 우리한테 주식을 팔아놓고 주당 960원만의 가치를 만들고 있는데, 10년 뒤에 그만 후발주자들에게 밀려나서 96만원은 커녕 9만 6천원밖에 벌어들이지 못하면 어쩌는 건가? 바로 이 예측의 지점에서 테슬라에 투자하는 사람과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이 걷는 길이 갈리는 것이다. 이것은 예측의 문제이고, 예측에는 잘잘못이 없고 딱히 규칙이나 제한이 없다. 모두 자신의 중점가치와 경험을 토대로 예측하고, 틀린 예측을 포함한 모든 예측은 미래라는 불가항력 앞에 용서받을 수 있다. 이익금에 차이가 날 뿐이다. 나는 나 자신과 내 가문의 판단 하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였지만, 테슬라를 무조건 좋게 보라고는 절대 말하고 싶지 않다. 테슬라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전적으로 당신의 책임이다. 테슬라의 위험을 크게 볼 수도 있고, 기회가 너무 압도적이고 그 기회의 성취확률이 견고해서 무조건 지금 사야 하는 주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테슬라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의견과 IB(Investment Bank, 투자은행) 애널리스트가 발행한 투자보고서들은 꾸준하고 일관되게 '자동차회사 치고는 펀더멘털이 너무 부실하다. 자동차 회사라는 한계점에 걸맞지 않게 고평가되어 있다(Berclays, 2021-01-06)', '자동차 인도대수가 너무 적다. 차를 그 속도로 찍어내서 언제 고객들한테 갖다줄래? 마! 너거 연간 인도대수 2천만대 찍어낼라면 자동차 시장의 20%를 먹어야 되는데 니들 지금 1% 먹고있썸마!(Exane BNP Paribas, 2021-01-06)' 라고 말한다. 이 지적은 작년 초부터 공통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테슬라 주가를 떠받쳐 주고 있는 개인과 기관들은 이 의견에 동감하는 동시에, 깨끗이 무시한다. 왜냐하면 테슬라는 단지 현대자동차나 쉐보레 같은 회사처럼 그저 강철 쇳물에 고만고만한 기술력을 찍어내서 고만고만한 이윤율의 완성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그 모든 구식 기술을 대체할 '미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테슬라가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와의 출혈경쟁 따위를 하지 않더라도, 화석연료 내연기관 자동차의 근본적 속성과 지구온난화라는 거시 악재가 대략 2035년부터 그들을 시장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참고로 나는 자동차회사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박살날 것이니까.) 각국의 내연기관자동차 규제 시작 시점까지는 이제 10년~20년 정도가 남았다. 그동안 당신이 차를 한 번 바꿀 수도 있고, 두 번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세 번째 차는 무조건 전기차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회사의 전기차가 될 것인지가 두 번째 질문이 된다.



경쟁자는 없는가?


그렇다면 다른 전기차 회사가 테슬라를 위협하지 않는가? 그것이 테슬라 투자자들의 두 번째 뒷받침 판단이다. 위협 그거를 못 한다는 것이다. 지구 최강의 IT기업인 구글의 Waymo도, 쉐보레도, 현대와 기아자동차도, 벤츠나 BMW도 테슬라의 전기차 기술력과 자율주행차 기술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내가 여기서 테크저널 몇 개 긁어와 봤자 의미없으니 직접 검색해 보라. 비록 여러 후발주자 전기차 스타트업이 올라오고 있긴 하지만, 이미 테슬라가 10여년 전부터 뽑아내고 있던 전기차 노하우를 한 번에 뒤집지는 못한다. 후발주자가 혁신하는 동안, 선발주자도 혁신한다. 후발주자가 더 싸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가격혁신은 기술혁신을 앞서지 못한다. 당연하지. 기술이야말로 가치의 핵심일 뿐, 저렴한 가격은 단지 상대적 할인률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외국 자동차회사를 이길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비슷비슷한 기술로 싸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네 바퀴 달리고 서스펜션과 기어박스가 조립되고 몇 가지 옵션이 부착되고 껍데기만 다른 내연기관 자동차…. 그것은 한국의 공과대학교 같은 곳에서도 그럴듯한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다르다. 자율주행도 다르다. 그것은 비슷비슷하거나 고만고만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흉내낼 수 없는 마법과 같은 것이다. X-레이가 저렴하다고 해서 MRI와 CT를 견제할 수 없었다. 애니콜 연아의 햅틱이 싸다고 해서 아이폰을 견제할 수 없었다. 3G가 4G LTE를 견제할 수 없었다. 구식 회사들은 테슬라를 견제하지 못할 것이고, 그들이 쓸려간 자리는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선점하게 될 것이다. 


물론, 테슬라가 대부분 '내연기관 회사'를 재껴버렸다고 해서 다른 'IT 회사'들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 Waymo는 벌써 작년에 '레벨 5 자율주행'(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출시했고, 이것은 적어도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서는 테슬라를 앞서 세계 1위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대단히 복잡하고 노하우가 필요한 상용 전기자동차와 어떻게 integration되는지는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테슬라가 모든 분야의 천하무적인 것은 아닌 것이다. 아이폰을 팔던 애플도 최근 자동차를 공개했다. 실물 공개는 4~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이 한 번 자동차를 출시하면, 모바일 · 웨어러블 · 데이터 · 통신 · 심지어 독자적 프로세서 생산자로서 견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자사의 기술력을 자동차에 수직적으로 결합하게 될 것이다. 바퀴 달린 아이폰, 아이폰적 드라이브 경험이라…. 


이러한 모바일 기업의 모빌리티로의 약진은 테슬라에게, 그리고 테슬라 주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Morgan Stanley 소속의 애널리스트 Huberty는 2020-01-08에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양사는 나란히 전기차 시장을 확대시킬 것이며, 과거 Apple이 스마트폰 시장 진출 시 Blackberry가 갑자기 쇠퇴했던 것과 같은 사례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한다. 테슬라는 미래 전기시장 그 자체이다. 그리고 미래의 가격은 분명 2021년 첫 주의 가격인 880달러보다 값질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이다. 



주가란 무엇인가, 시장 가격이란 무엇인가?


시장가격에는 한 가지 중요한 철학적 전제가 있다. 세상에 가격을 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합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 철학적 가정이 지구촌의 시장이라는 것을 떠받치고 있다. 즉, '정당한 가격'이란, '체결된 가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체결된 가격'이란, 그 가격이 남들이 보기에 얼마나 비싸보이거나 값싸보이든, '합리적으로 그 값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판단되었기에 지불을 승낙한 구매가'이라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판매자 역시 '합리적으로 이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판단되었기에 판매를 승낙한 판매가'라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모든 영역에서 올바르지는 않다. 특히, '도덕적 정당가격 = 시장내 체결가격' 이라는 공식은, 서민의 삶과 생활의 영역에 와서 사회의 질서를 엉망 진창 개판 오분 전으로 만들어 놓았다. 언급할 때마다 가슴이 찢기듯이 아픈 성매매라는 경제적 현상이 그것이다. 성매도자의 정신을 파괴시키는 성매매 계약이 영원히 금지되고 퇴출되기는커녕…! 성매매 계약이 단돈 3만원 · 5만원 · 10만원에 체결되는 대참사가 일어나고…! 탈가정 · 탈학교 · 가출 청소년들은 필수 재화를 구입할 유동성(현금)이 전혀 없으므로 자기 몸과 안전을 아주 헐값의 유동성과 교환한다. 아니면 그냥 한 끼 밥 · 하룻밤의 숙소와 자신의 몸에 대한 사용권리 그리고 '사망의 위험'을 물물교환한다. 그 따위 권리는 결코 발행되어서는 안 되는데도…! 성매매 당사자들의 정신과적 보고서를 읽어본 적 있는가? 이를 가는 울분 없이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양심 없고 무지한 자들은, 특히 수많은 한심한 남자들은, "그들이 그 가격에 거래를 체결하였으니 정당한 거 아니냐? 그 가격에 몸 팔겠다고 한 거 맞잖아." 라고 함부로 지껄인다. 그렇다면 자신이 밤에 강도를 만나서, 강도가 머리에 총 겨누고 전 재산 내놓으라고 할 때, 강도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대가로 전 재산을 지불하는 것도 '정당한 체결 가격'이라고 할 것인가? 인간의 어떤 행위 · 인간의 어떤 권리는 결코 팔리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무슨 순결이나 정조 따위의 허튼소리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특정한 권리를 팔았을 때는 몸과 정신의 일부 또는 전부가 파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어떤 것은 결코 사서 쓰지 않아야 한다. 안전할 권리 · 행복할 권리 · 목숨을 보전할 권리 · 기본재를 공급받을 권리는 돈 주고 사서 쓰는 게 아니라, 인간 공동체가 서로에게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개같은 나라는…! 


…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사람을 악용하는 놈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아무튼. 체결가(賈)가 곧 정당가(賈)라는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철학적 합의는, 이렇게 생활세계 · 인권 영역 그리고 기본재 · 필수재의 영역에는 결코 들어와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체결가=정당가의 가정 자체가 사악한 것은 아니다. 그것이 대량의 유동성이 움직이는 자본시장에 들어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모든 화폐는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그 기업에 대한 지지-반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투표권으로 승화된다. 어떤 기업의 어떤 아이디어에 더 많은 나의 '지폐 투표권'을 던질 것인가? 기술력과 비전이 훌륭하지만 공장을 지을 현찰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기업에게 막대한 사업 자금을 대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테슬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투자자들은 또한 특정한 기업이 앞으로 생산할 무형의 미래가치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예측하고 평가해서, 특정 미래의 1주당 가격보다 약간 낮은 수준까지 기꺼이 주식을 구매한다. 만약 시장가격이 오늘의 테슬라처럼 880달러에 형성되었다면, 투자자들은 이미 가격참여를 통해 집단적으로 '테슬라 주가가 담지한 미래 어느 시점의 가치는 880달러보다 높을…, 아마 훨씬 높을 것이야!' 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체결가는 그 판단에 따라 정당할 뿐만 아니라, 그 숫자 자체가 그 회사의 예상된 재무적 미래를 시현하는 표지자(indicator) 이기도 한다.



집단적 의견 표명으로서의 '가격'


집단 지성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나는 좌파 단체와 좌파 선생님들과 함께 자라오면서, '주식시장은 단지 정부가 하우스일 뿐인 도박판'이라는 주장을 많이 들었다. 나는 좀 더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을 뿐 여전히 강력한 좌파이지만, 그 말만큼은 이념이 아니라 사실관계에서 틀렸다고 판단한다. 우리가 미래를 모른다고 해서 모든 투자행위가 도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도 도박인가? 수능 시험도 도박인가?(응 그건 도박 맞음) 12년 공교육을 하루에 몰빵한 시험으로 판단하는 수능 도박처럼,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쓸 때, 주식시장은 정말로 도박판이 된다. 무슨 바이오 회사의 임상 3상이 성공할까? 실패할까? 무슨무슨 주사제가 개발되면 떡상 한다던데? 그건 명백한 도박이다. 이 회사는 VI가 걸렸네? 지금 떡상중이네? 지금 나도 들어가서 추격매수 한 뒤에 5%만 먹고 팔아야지? 떨어질 것 같으니까 숏을 해봐야지? 인버스 레버리지를 해봐야지? 기관도 아니고 개인이 그딴 짓을 하는 건 명백한 도박이다. 도박하지 않으려면 기업을 분석해야 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시장의 거시 니즈(needs)가 모든 경제의 원천이다. 노동자 이전에 기업이 있고, 기업 이전에 시장이 있다. 시장이 기업을 모집하고, 기업이 노동자를 모집한다. 뭐,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스페인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이나 국영 공기업 등을 중간에 끼워넣어도 좋다. 기업은 어찌 되든 사실은 상관없다. 기업은 단지 시장의 프로세싱을 맡은 조직에 불과하다. 노동자도 소비자도 시장 참여자 개인을 부르는 이름에 불과하다. 진정한 주인은 시장 그 자체다. 


지금 시장의 흐름은 테슬라에게 매우 유리하다. 그리고 그 시장을 분석한 사람들이, 테슬라를 선택한 것이다. 엄청난 수의 개미들이 테슬라의 가격저항선을 형성하고 있다. 보수적인 기관투자자들이 테슬라를 계속 비판함에도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지 많은 까닭은,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 그 자체가 될 테슬라를 통해 노후준비를 하려는 수많은 개인 개미 투자자들이 단돈 1달러가 떨어져도 귀신같이 주워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격저항선이 매우 두텁게 형성되고(주가 그래프 상으로는 두터운 양봉으로 나타난다), 꾸준히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이번 1월 초순에는, 바이든 당선과 상 · 하원 양원에 대한 민주당 소속 의원의 과반 획득이라는 미국 정치의 호재까지 겹치게 되자, 아예 기관투자자들도 지리멸렬한 주식들을 팔아치우고 테슬라를 주워담은 것이다. 이것은 내 뇌피셜이 아니다. BI 애널리스트들이 테슬라에 대한 홀드나 매도 의견이 오판으로 밝혀졌음을 인정하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650달러로 BI 적정주가 판단이 현재 시장가격보다 낮다는 것은 여전히 유의해야 한다. (Evercore · RBC Capital, 2021-01-08)



떡상의 희열 속에서, 제한점과 한계점을 짚어보며


물론 언젠가는 테슬라도 평범한 기업이 될 것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의 대부분 특허가 풀리고 카피 제품이 나오고 카피 펌웨어가 보급되면 아주 저렴해질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 기술도 언젠가는 저렴해지고 평준화된다고 해서, 그 때에 주가가 평준화될 것이니까 테슬라(또는 그와 동류의 전기자동차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주식투자를 하는 이유는 '지금 이 세대의' 우리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이다. 기업이 다 성장하고 나서 쌀 때가 아니라, 아직 성장하기 전에 쌀 때 구매하기 위해서이다.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연료인 현금을 나눠주어 성장시키고, 그 대가로 주식가치의 상승과 배당금을 받는 거래인 것이다. 그 거래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다만 거듭 말하건대, 제가 당신에게 테슬라를 사시라고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없다. 그것은 여러분 스스로가 판단하고 책임져야 한다. 스스로 어떤 판단을 해도 되지만, 정신이 건강한 타인의 판단을 대신 수행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테슬라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서 그리고 시간을 투자해서 시장과 기업의 강점과 약점 · 기회와 위기(SWOT)를 알아보시기를 권한다. 그리고 테슬라의 미래에 대해서 비관하고 경고를 주는 소수의견도 반드시 귀기울이시기를 바란다. 미래는 위험과 함께 오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인용한 테슬라 시황 브리핑을 모두 한국투자증권을 통해서 접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나는 오늘 글의 마무리를, 동 브리핑 채널에 게재된 중요한 인터뷰 기사를 요약 인용하면서 마무리하려 한다. 그리고 만약 이 글에 오류가 있다면 반드시 알려주시기를 바란다. 나는 주식시장의 참여자 가운데 한 명일 뿐, 주식과 관련한 어떤 분야의 전문가도 아님을 밝혀 둔다.


"7일(목) 억만장자 투자자인 Chamth Palihapitiya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Tesla(TSLA)의 주가는 현수준에서 3배 상승할 여력이 있으며, 이는 Elon Musk CEO가 세계 첫 '조만장자'로 등극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제기했다. "나는 투자자들이 Tesla에 대한 주식 포지션을 청산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Musk CEO는 단기 수익이 아닌,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잘 작동하는 무언가를 청산하려는 투자자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Musk CEO는 지속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경영진'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동사는 에너지를 추출하고, 보관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 소비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나는 기후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적하는 인물이 세계 첫 조만장자가 될 것이라는 Twitter(TWTR) 게시글을 게재한 바 있다. 동 인물은 Musk CEO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기후변화에 맞선 대가로 조만장자가 될 것이다."

- 한국투자 제공,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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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avid Havasi on CleanTech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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