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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an 04. 2021

임상실험

나루시선, 31

임상실험


                                        서나루





자위를 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았다


성공이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주 오랫동안 미뤄 둔 숙제가 끝났다

그 이를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외로움이 고독으로 넘어가는 고개


고요하다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 놓으려고

끝까지 잡혀서 셀 수도 없이 죽었다


나한테 온 파일은 0바이트 폴더

밤새워 간병하던 애의 빈 근심

그새끼가 나에게 돌려줘야 할 마지막 물건이었다

기쁨은 평온하다는 점에서 광기와 같고

기쁜 놈과 미친 놈을 보면서 미쳐가는 것도 광기와 같다


사랑이 없으니

섹스는 이제 비평의 한 장르가 되었다

마늘과 장어처럼 시덥잖은 것으로 하는 농담도 그쳤고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줄 사람도

먼저 씻고 있을테니 몇 호로 오랄 사람도 더 이상은 없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개 처럼 울부짖는 고기 영혼을 만져주던

손길을 찾아서 그아이 얼굴을 몇 번이고 켜고 끌 필요가 없게 됐다

나도 이제 비린내를 구태여 견디지 않는다

비린내 속에 향기로운 육류들의 세상이 있었다


IN CASE OF LONELINESS

BREAK THIS HEART

죽음보다야 아픔이 훨씬 낫죠

끝을 심장 방향으로 들고

뜯고, 찢고, 씹으라는 매뉴얼을 따르면

사장이 되고 싶다


외제차와 두꺼운 시계를 올리는 나이

스물두 살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애들은 진즉에 알아서 좆되고

아득바득 살아남은 

희번덕거리는 좌익들의 멋진 몸매를 보아라


우파들을 열등감으로 멍들게 하는 것은 유쾌했어도

서슬퍼런 대수법칙이 찍고들어오는 고독은 피하지 못했네

얘들아 괜찮아 우리 인생은 영원하잖아

심장이 시끄러우면 심장을 찢고

섹스 컨텐츠가 다 떨어지면 주식 얘기를 하면 돼


열심히 좌파당을 찍으며 사장이 되기로 마음 먹은 동창들이

무슨 새 애인을 사귀었다는 소식 뒤에도

독사진만 올린다

이제 그들도

기억하지 못할 오랄을 받고

아무도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며 자위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서서히 해방되고 있어

곱씹을수록 재미있는 고독

안 벌릴 것 같아도 벌리는 돈

영롱한 네온의 지평


넥타이를 매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펼쳐진다

고기에서 기계를 뽑아보아라








Photo by Dmitry Vechork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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