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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an 04. 2021

돌아가는 버스에서

나루시선, 30

돌아가는 버스에서

- 꽃다지를 들으며

                                        서나루




어느 젊은 작가가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의 진위를 생각합니다

노래방에 가면 두 시간씩 민중가요를 불렀다는 말

민중가요에는 선곡 번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진위를 생각합니다

선곡 번호가 없으니까, 그 노래 몰래 듣는

내 귀의 진위


이 불길의

가장 미지근한 곳에서 

나는 너무 쉽게 소중해졌습니다


타는 고통이 발언권이지요

고통에 참여하는 자는 티끌에서 들보까지

하늘님 나라의 시민권자이지요, 그러나

내 여권의 진위는 의심스럽습니다.


장례를 치르면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광주의 시민군이나 여순의 병사들을 설명하는 것이

내 업이었고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수없이 고쳐도

역사를 고쳐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바닷소나무가 절벽 방향으로 자라나듯

우리의 척추가 거꾸로 자랐습니다


이제 그만 덮고

직업을 바꾸고 방을 바꾸고 일을 하러 가야 하는데

죽은 사람들의 죽음이 더이상 고쳐지지 않아

피로를 풀 수가 없습니다

고쳐쓸 수 없는 구타와 고문과 살해의 피로를

눈꺼풀로 덮고 또 서류와


운동권과 경찰의 서류 그리고 정부의 서류

그 서류를 다 뭉개는 최후의 다큐멘터리로 덮어도

덜 씻긴 접시처럼 미끈거리는 것이 벗겨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듭 같은 게 아니에요

산 자들이 뒤집어쓴 진실은 이것 하나입니다


내가 내다버린 시민권의 진실

역사의 정수리에 망치를 꽂지 못하는데

시민권은 어디에 존재합니까, 부레옥잠처럼 떠다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찌끼들의 자식

살기 위해 사망했던 찌끼들의 자식









Photo by 고송주 on 지스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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