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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an 29. 2021

공랭식 전자기기

나루시선, 32

공랭식 전자기기


                                    서나루





모니터 위에 누울 수 있나요

그러기엔 너무 춥죠

상온의 마음

기기는 반드시 현재 온도까지 냉각돼요

방안은 언제나 춥고

사람을 덮지 않고 쐬는 에어컨 바람은 비참합니다

마음은 몸이 돌아가야 할 상온

팔을 베지 않기에는 이부자리가 너무 춥죠

그 애 차고 부드러운 손을 주무르지 않으면

유월부터는 반드시 더워 죽어요

미라를 올린 석판 같은

화면에 등을 대지는 말기를 바라요

그럴듯해 보이지만

입김이 없거든요, 어는 것처럼 마르는 수가 있어요

검은 거울에 비치는 우는 원숭이

속삭임 대신에 말이 담긴 메신저 앞에서 하루종일 반쪽이 되었나요

사생활은 사람이 되는 길 그리고

사람이 된 스스로를 염습하는 절차

인간의 존엄을 서로 서로 지켜 주다 보면

가슴 아래부터 비어 있으시지요

후회는 약속을 어기고 어제는 아무것도 상속하지 않았지만

울고 또 추한 짓을 하다가

이거 심장병 증상 아니야? 검색을 하다가

밥을 처먹고

다시 모니터에 희미하게 비치는 우는 원숭이를 독대하고

매일매일 놀라운 일기를 쓰고 있어요

이렇게 아파도 계속 살 수가 있구나

모니터 위에라도 눕는 순간이 오네요


찢어지는 아픔이 왜 그렇게 잔인한줄 아세요

찢기는 건 아픔이 아니거든요







Photo by Sam Baly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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