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거짓말 같아 12

현이에게

by 강물처럼



3일째.

노란색 숫자 1이 사라지지 않고 버티고 서있는 것이 우울한 생각에 빠지게 한다.

통화라도 한번 할 걸 그랬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벌써 마음먹고 있었다.

언젠가 길을 걷다가 왜 그렇게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지.

아무래도 가을 숲에서 나는 멈춰 있고 싶었던 것이었을 거야.


여뀌였던가, 조그맣고 작은 알갱이들이 꽃대 하나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었다. 올망졸망한 것이 화려하게도 붉었고, 그것이 어린아이 같았던 꽃.

하늘에 구름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기억나지 않아도 푸르렀음을 실컷 알겠던 날에,


네 소리가 듣고 싶었다.

하냥 그것이 무슨 말인지 상관하지 않고 흘러가는 것들 속에 묶어 두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될 것만 같은 것을 밟고 갈 때, '즈려밟고'라는 말을 쓰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다.


하나도 알고 있는 게 없는 너를 떠올리는 일은 우주를 상상하는 일처럼 멀기도 하다.

가득한 어둠 속으로 빛 하나가 지나가는 공간에서 하나씩 찾아내는 어떤 먼지를 닮은 실마리가 반짝거린다.

자고 있겠지. 아침 시간은 깨지 않고 잘 지나가도록 살살 다루겠지.


내가 너를 생각하는 방식이야.

1월이었을 거야.

그때부터 너는 내가 보내는 아침 기도 에세이를 받아줬다.

어떨까,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항상 묻고 싶었던 말 중에 하나를 가을이 하늘처럼 열린 날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듣고 싶었던가 보다.


잘 지내는 거 맞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오늘도 기도를 적은 메시지를 날리려 하고 있다.

잠시 피곤했다거나 아니면 다른 일로 바빠서 한 이틀 못 보고 지날 수 있지 않냐며 먼저 인사를 할까.


그런 일은 없겠지.

없을 줄 아는 일을 기다릴 때는 어떤 말이 그 시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생각은 하고 있어도 그 생각 때문에 더 쓰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는 날들이 나에게도 많이 있다.


짧은 한 문장으로도 널 짐작할 수 있는데, 말이 없어도 다만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봐주기만 해도 괜찮던데...


지난 9월에 아주 귀엽게 웃던 아가씨가 하늘로 떠났다.

아마 그때 삐걱하며 내 속에 빗장이 질러졌을 거란 생각이 들어.


낙담 落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들이 살면서 몇이나 있을까 세어보았던 날들을 하마터면 너한테 이야기했을지도 모를 가을 어느 날이 지나고 있다.


너는 잘 지내고 있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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