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거짓말 같아 14

죽기 살기로

by 강물처럼


귀뚜라미 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입춘이 지났어도, 지난 해 늦가을에 들었던 풀벌레 소리를 더듬는 감각을. 그 계절을 달력에서 찾고 있습니다.

영하로 떨어지는 수은주가 엉뚱하게 보이는 따뜻한 착시가 내안에서 일어납니다.

오카리나 연주 안에서 풀벌레가 울어댑니다.

자연스레 잘 어울리는데도 솜씨가 좋다는 생각뿐, 내가 듣고 싶은 가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는 알고 싶은 것을 묻지 않는 솜씨가 좋은 편입니다.

무관심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그 버릇을 매일 갈고닦으면서 살아갑니다.

그때 물어봤더라면 바뀌었을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진지하게 묻고 진지하게 마음 아파하고 진지하게 문제를 풀었다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닐 수 있었을까요.

바다에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바다로 바다로 나가려는 나는 어느 시대의 유산인지 모르겠습니다.

산으로 산으로 달아나 본 기억도 없으면서 길 없는 길에서 쓸쓸해하는 나는 누구의 속을 태워야 후련할지요.


'죽기 살기로'


이 말이 떠나지 않고 머물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내 말이 되어 나를 겨누고 있습니다.

과녁 없이 쏘는 화살이라고 그가 한숨 지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같이 산책이라도 나서자고 그러는데 내가 그러는 것이 맞는지 영 모르겠습니다.

나 같으면 싫을 것입니다.

내 처지가 싫어서 다른 사람들도 모두 피하고 말 것입니다.

괜찮을 거라는 말들이 무슨 소용입니까.

괜찮지 않은데 괜찮을 거라니요.

삶과 죽음이 하나의 과정이라고 백 번을 끄덕여도 그게 내가 겪어야 될 일이라면 단번에 거절할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울 일이 많습니다.

그것 하나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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