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氏를 붙이지 않고 널 부르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목요일이든 금요일이든 너를 보면 대뜸 친한 척해야겠다고 미리 정했다.
가장 덜 어색한 표정과 인사로 시작할 것을 연습했다.
너를 어쩐지 기다리고 있었다.
줄 것도 없으면서 기다리는 것은 빈 감나무 가지로 서 있는 모습 같았다.
까치야,
좋은 소식 전해주렴
먼 데서 두 손 모으고서 전하는 마음을 너에게도 귀띔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제 꿈 좀 찾아주세요'
밤늦게 하도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았다면서 네가 보낸 사진과 답글을 보면서 웃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늦게 잠들 거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너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소년 같다.
소년 같은 너를 마중하고 싶어 곁을 지키던 잠에게 미안하단 손짓 한 번 해줘야 했다.
기꺼이 커피를 앞에 두고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안다.
이런 식으로 만나는 미팅은 꼭 성공하고야 만다는 것을 직감으로 안다.
오늘 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무리해서 너를 이해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편하다.
나이 먹은 나를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말이 말을 잘 찾아간다.
하나의 시선이 하나의 시선과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포개진다.
이심전심이 그러할 것이고 불립문자가 따로 없을 것이다.
"맞아요, 그거 경험했어요. 속이 달아오르는 것"
뜻이 좋으면 우연은 사람을 돕는다.
같이 항암치료를 받던 환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 장례식에도 다녀온 심정을 이야기하는 너는 서른 나이가 어울리지 않더라.
전보다 치료를 더 잘 받으려고 운동도 하고 잘 먹으려고 노력한다는 말이 고마워서 뭐라도 더 내주고 싶었는데,
'편지'를 써보라는 내 하찮은 대접을 너는 융숭하게도 받아들인다.
"한 달을 써봤어요. 그때 기분도 그랬고 상태가 좋았어요."
아이처럼 하나의 표정으로 말하는 너는 사람이 좋아 보였다.
"그거 거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써 봐"
"이제는 어머니에게 써 봐. 아마 한 달로 끝나지 않을 거야"
끄덕이는 너는 아들, 어머니가 믿고 의지하는 아들로 보였다.
'어머니보다 내가 더 오래 살아야 하니까요.'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그 말이 널 꼭 붙잡아 주길.
미소로밖에 널 응원할 길이 없지만 꼭 그래야 한다고 지금 다시 바라본다.
병이 몸을 찾아왔다고 해서 마음까지 내어주지는 말자고 우리끼리 다짐했다.
울어도 좋으니까, 슬퍼도 괜찮으니까
마음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아뒀다.
만나기 전부터 어쩐지 좋은 느낌이 있었던 사람이 오늘 밤, 첫날밤에 그러는 것처럼 좋아 보이고 이뻐 보였다.
12시가 훌쩍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