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환아.
어머니한테 효도하러 간다며 주말 외출증을 끊고 고흥에 내려간 아들, 경환아.
웃으니까 보기 좋더라.
웃으니까 더 잘 생겨 보이더라.
어머니께서 보냈다는 메시지를 보면서 나는 많이 울컥했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겨우 서른아홉 먹은 아들이 두 번 세 번 이어지던 수술로 심한 후유증을 앓고서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미안하고 무섭고 안타까웠을지 감히 상상이 안 된다.
'상세불명의 말초신경 및 자율신경계통의 악성 신생물'
너도 나도 익숙한 말 '상세불명의 악성 신생물' 그런데 그게 뭔지는 전혀 모르겠는 말.
우스개 소리로 네 병명이 이 병실에서 제일 길다며 함께 웃었던 일이 지금 이 순간은 미안하게 되새겨진다.
사실 나는 겁이 많다.
나는 너처럼 웃지 못할 것이다.
너보고 웃으면서 지내라고 말하는 내가 얼마나 자격 미달인지 알고 있어서 어떤 날은 아침 먹으라고 깨우는 것도 조심스럽다.
내가 너라면 나는 억울해하거나 슬픔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거야.
슬쩍 나에게 '노래방' 갈 거냐고 물어왔을 때 많이 반가웠다.
말이 없는 네가 그렇게라도 널 표현해 주니까 마치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준비 없는 이별'은 내게도 특별한 노래인데 너는 특유의 미소까지 지어가면서 그 노래를 아프게 잘 부르더구나.
노래를 한 곡 한 곡 부르면서 너를 달래는 너를 볼 수 있었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노래방이었다.
술도 없고 도우미도 없고 멀쩡한 사람도 없고 탬버린도 없고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지만 노래가 잘 불러지던 곳이었다.
네가 부른 노래들은 하나 둘 모두 잊히지 않고 내게 남을 것 같다.
내가 부른 노래들의 제목을 한 번씩 다시 외워보는 너의 그 마음이 무엇인지 나도 잘 알겠고.
노래방을 나오면서 네가 했던 말은 아직도 내 가슴을 멍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암이 폐로 전이돼서 노래 부르는 것이 좋다기에 여기 오거든요."
"오늘은 선생님이랑 같이 와서 좋았어요."
경환아,
삶이 너에게만 거친 것이겠냐?
'선생님, 책 나오면 우리 어머니 보여드리려고요.'
고마워서 어쩌냐.
우리는 다르게 인사하자.
더 잘 살아야 한다.
책에 나오는 모든 문장들은 내 마음 하나를 따라오지 못하고 나는 훌훌 앞서서 잘 살아가야 한다.
너하고 해보고 싶은 것, 너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적어놓아야겠다.
너는 나에게 영화 'HER'를 꼭 보세요 그랬다.
네가 하는 말들을 사진 찍어서 오래오래 간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