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82

아침에,

by 강물처럼

손을 넣어 물높이를 맞추던 그 밥이 생각났습니다.

눈대중으로 척척 짓는 밥이 아니라, 삼태기 모양의 조리로 쌀을 이고 깨끗이 씻어 낸 쌀.


그 쌀을 불에 안치고 땅을 갈아놓은 들판 끝에서부터 잔잔히 들어서는 저녁 기운을 바라보는 눈길.


하루를 다 보낸 사람들의 순한 배고픔이 졸졸졸 어디선가 흐르는 듯, 하늘은 사람 좋아 보이게 헤시시 웃고 있었습니다.


3월 첫날에 촉촉한 것을 그 밥에 비벼서도 먹고 말아서도 먹었습니다.


주천에서 운봉까지 가는 길에는 소나무 향이 널따랗게 부챗살처럼 퍼져있었습니다.


신선이 될 것만 같아서 일부러 야한 생각도 하고 돈 벌 궁리도 좀 해봤습니다.


아직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은 저기, 산문 山門 밖이니까요.




산 하나를 넘고 내려서면서 아들 녀석이 이제 좀 살겠다고 넋두리도 좋습니다.


이 길은 좋다, 그래 너도 좋은 줄은 아는구나.


그러나 아이야, 이 길은 너 올라오던 바로 그 길이 아니더냐.


이 길이 분명 따로 뚝 떼어 있던 것은 아니었지, 그러니 여기 올라오기 전부터, 아니지.


우리가 살던 데부터 줄곧 길은 다 좋았다. 살다 보니 여기에 왔더라.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아이에게 충격이 되었나 봅니다.


3분 27초, 말이 없이 묵묵해졌습니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 마태오 6:6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 다른 것처럼 내가 기도하는 골방은 길 위에서,


혼자 앞서서 걷거나 뒤에서 볼 일 보고 따라가면서라도 주섬주섬 챙기는 감사한 마음에 숨어 있습니다.


숨지도 않고 어릿어릿 눈치 볼 것도 없이 그러니까 철이 덜 든 애들처럼 까불대며 고마워합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




챙겨갔던 김밥하고 따뜻한 물을 먹으면서 그랬습니다.


평화가 중요한데 우크라이나는 어떡하냐, 거기에도 봄이 오고 꽃이 필 텐데 어쩌면 좋냐.


산에서 폭탄 파편에 숨진 6살 여자아이를 슬퍼했습니다.


전 세계에 이 여자아이의 눈을 보이라 하는 외침이 지리산 골짜기까지 닿았습니다.


노루발이 여기저기 땅에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조그만 이파리를 덮고 있는 솔잎을 쓸어주면서 그 아이의 영혼이 울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누가 너를 아프게 했냐.


우리가 다 아프구나.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오 6:18




천국에, 너는 그곳에.


우리를 위해서 또 울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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