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권.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
을지문덕이나 강감찬, 그 빛나는 이름들을 하나씩 알아가던 국민학생에게 유중권이란 낯선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혹시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았던 책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글동산에서 나왔던 한국 위인 만화 전집하고 계몽사판 세계 위인 전집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얼마나 들춰봤던가.
병천이란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순대! 그러면 그나마 아하, 그러실 겁니다.
병천이 곧 아우내였습니다. 들어본 적 있는 그 아우내 장터의 아우내가 천안에 있는 병천입니다.
그 만화책 어디에도 유관순의 아버지 유중권이란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같은 책을 열 번 보면 그 책을 쓴 사람만큼 환해집니다.
시험이 어려워서 합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읽지 않아서 그런 것뿐입니다.
읽지 않고 합격하려는 아이들을 지금이라도 돌려세워야 합니다.
설명보다 더 중요하고 좋은 것이 내 눈으로 직접 읽어내는 것입니다.
뜻이 저절로 풀릴 정도로 읽으면 잊히지 않고 몸에 새겨집니다. 수험생은 많아도 학문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기 언덕에서 흐르는 물을 바라봅니다.
거기 만화책에 유관순의 집이 나오고 그 집 문패에 유중권이라고 쓰여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유관순은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 운동을 주도해 아버지 유중권, 어머니 이소제를 잃습니다.
집은 불이 타고 유관순은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습니다. 유관순의 남동생들이 관순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늘 울었습니다.
4학년 때도 울었고 5학년이 됐는데도 눈물이 났습니다. 6학년 때는 누가 볼까 몰래 울었습니다.
"꼬드득"
거지가 된 동생들이 관순을 면회 오면서 엿을 사서 들고 왔습니다.
만화책이었지만 어쩌면 만화책이어서 더 자극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손때 묻은 엿을 철창 사이로 받아먹는 관순이 나오고 말풍선이 그려지면서 거기 "꼬드득"이라고.
그야말로 다 잃었습니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마르코 10:29
하루 지나면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에게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의 책을 빌려줬습니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거기 있습니다.
늘 그 말을 잊지 않습니다.
고마운 것을 알고 공부를 하면 잘 된다.
내가 나인 것을, 여기가 여기인 것을, 그리고 지금이 지금인 것을 소중하게.
촉촉한 3월 1일입니다.
봄의 시작으로 안성맞춤입니다.
왈츠를 추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