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사치일까 가치일까 - 아트 오브 럭셔리 Art

'소유’가 아닌 ‘사유’로서의 럭셔리를 말하다

by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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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과 R.LUX(이하 알럭스)가 공동 기획한 전시 [Art of Luxury]는 '럭셔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럭셔리>란 특성이 있는 물품은 희소성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한다. 왜 그런 것인가? 화려한 외관 때문일까, 브랜드나 작가가 지닌 상징성과 권위 때문일까, 혹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독보적인 예술성 때문일까? [Art of Luxury]는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럭셔리'를 바라보는 다층적인 시선을 제시하며 관람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보도록 이끈다.


전시는 'Material', 'Timeless', 'Spiritual', 'Inspiring'이라는 형용사를 앞세운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이 단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럭셔리'를 정의하며, 그 의미의 스펙트럼을 체험하게 한다.


Material Luxury는 국제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통해 럭셔리의 ‘물질적 속성'이 지닌 힘을 보여준다. 분명한 형태와 선명한 색감, 그리고 대중문화와의 연계는 시각적으로 즉각적인 인상을 남긴다.

2_살바도르 달리, Mae West Lips Sofa, mid-1900's, 230 x 72 x 80 cm (1).jpg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의 Mae West Lips Sofa였다. 당대 여배우 메이 웨스트의 입술을 형상화한 이 소파는,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예술가 달리답게 입술의 윤택을 잘 살렸다. 진한 색감과 입체적인 곡선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서 하나의 주체처럼 느껴졌고, ‘앉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 외에도 '사랑'이라는 뜻을 가진 문자 그대로를 시각적으로 활용한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현재까지도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앤디 워홀의 Flowers, 물방울 무늬가 인상깊었던 쿠사마 야오이의 Pumpkin 등 아티스트의 개성이 뚜렷한 아이코닉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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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명확히 대비되는 성격을 지닌 Timeless Luxury는 조선시대의 백자 달항아리를 선보이며,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둥글고 단아한 자태를 뽐내는 달항아리는 이전에 본 작품들처럼 강렬한 색채나 시선을 끄는 자극적인 시각 요소 없이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절제된 미가 지닌 지속성과 조용한 위엄은 럭셔리의 또 다른 본질임이 분명했다.



Spiritual Luxury 또한, 정신성을 표출하며 럭셔리가 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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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건용의 바디 스케이프는 작가의 신체 움직임을 기반으로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그리는 것'을 넘어선 사유를 남겼다.

4_박서보, 묘법 no.060121, 2006, 캔버스에 화지와 잉크, 225x135 cm.jpg

박서보의 묘법 역시 닥종이를 화면에 올린 뒤 젯소나 물감을 얹어 종이를 적시고, 다시 먹을 부어 손가락이나 도구를 이용해 밀어내며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제작되며 내적 탐구를 시도한 예술가의 철학을 보여주었다.


어떤 작품은 단숨에 이해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오래 바라보고 싶었다. 자연스레 느려진 시간 안에서 작품을 서서히 머금었다. 다른 관람객들 또한, 작품에서 몇 발짝 떨어진 채 턱을 괴고 여운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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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ing Luxury는 디지털 매체와 소비문화가 만나는 현대적 럭셔리를 조명했다. 전시장 벽면에 알럭스의 뷰티 서비스 플랫폼이 미디어 아트 형식으로 소개되며, 가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공간과 기술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새로운 럭셔리의 가치를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전시 내 다른 섹션과의 연결이 다소 약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전체 맥락을 고려한다면 ‘럭셔리’라는 개념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를 관람하던 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럭셔리는 지속적인 압박감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칼 라거펠트-



이 말은 전시의 메시지를 가장 잘 요약하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럭셔리는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만의 시간과 방식으로 무언가를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냐에 있다. 화려한 외면의 물질성과 더불어, 시간과 경험, 사유 같은 무형의 가치까지 아우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 외에도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의미있는 소비이자, 럭셔리가 남기는 마음의 울림이 아닐까.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835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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