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것은 진짜일까요? - 연극<빅 마더>리뷰

연극 <빅 마더>가 짚어주는 정보 대홍수 시대의 불편한 진실

by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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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의 2026년 첫 작품, 프랑스 극작가 멜로디 무레의 화제작 [빅 마더]가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거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려는 뉴욕 탐사 기자들의 사투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이 작품은 정보가 범람하는 현시대의 문제점을 뾰족하게 짚어낸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뭐가 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것이 첫 번째다. 예전에는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클릭 한 번이면 수많은 기사와 영상이 쏟아지는 요즘이다. 문제는, 그중 무엇이 진실인지 분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보의 소비자는 사실을 검증할 방법이 없지만, 거짓 정보가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빅 마더>는 이처럼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의도가 좋았다면?"


알고리즘 등을 조작해 특정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여론을 설계하는 이들은 입 모아 말한다. 자신들의 행위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나아가 국민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운영한다면, 모두가 공평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극이 진행됨과 동시에 점차 밝혀진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먼저 질문해야 한다.


“선한 의도라 할지라도, 여론을 조작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정당한가?”



뉴욕 탐사 기자들 스스로에게 또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대답은 분명했다.


"아니다."


어떤 의도였든, 조작된 진실과 통제된 자유 속에서 맞이하는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력을 쥐여주는 척하며, 오히려 억압하는 꼴이다. 결국 뉴욕 탐사 기자들은 자신들이 먼저 알게 된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결심한 뒤 고군분투한다. 이는 단순 폭로를 넘어, 국민의 사생활이 노출되고, 거짓된 정보가 진짜처럼 유통되는 시스템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의 실현이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직업 윤리와 개인의 삶, 특히 가족의 안위 사이에서의 갈등은 저널리즘이 지닌 현실적인 한계 속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극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덧 뉴욕 탐사 기자들을 단순 등장인물이 아닌 "응원하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극 중 상황이 현실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섬뜩함을 넘어,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한 공포로 다가온다. 다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정보의 소비자로서 진위를 완벽히 가려내기 어렵고, 정치와 사회의 문제가 개인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극 중 인물들의 대화는 이러한 지점을 날카롭게 건드린다. 줄리아(뉴욕 탐사 기자)와 엄마, 오웬(뉴욕 탐사 국장)과 그의 가족은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왜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이어가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이는 단순히 사회의 변화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냐는 문제가 아닌, 우리가 사회를 우리의 삶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 짓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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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다양한 문제의식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무대 연출의 힘도 컸다. 단순한 구조의 세트에도, 분활된 공간을 활용하여, 언론사 사무실, 법정, 집 등으로 빠르고 리듬감 있는 전환이 이루어졌고, 이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속도감을 선사했다. 카메라 촬영과 실시간 송출을 활용한 장면, 객석 어디서나 또렷하게 전달되는 음향, 그리고 진짜 기자 같은 배우들의 발성은 극의 사실성을 한층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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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빅 마더>라는 제목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제목에 내포되어 있다. 처음 <빅 마더>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조지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라더'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서울시극단 이준우 단장은 한 인터뷰에서 둘의 차이를 설명했다.




“빅 브라더’가 강력한 독재 체제 아래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존재라면,
‘빅 마더’는 더 포근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정보를 통제하며
우리의 생각을 바꿔나가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제 ‘빅 브라더’보다 더 무서운 ‘빅 마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통제당하는지도 모른 채, 이미 그 안에 들어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통제는 정보를 매개로 더욱 은밀하게 작동한다. 정보를 너무나도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에, 연극 <빅 마더>는 우리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경계해야 하는지와 동시에 미디어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이와 연관된 개인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에는 뚜렷한 결말이 없지만, 어떠한 결과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극에서 얻은 교훈을 생각해 보았을 때, 특정 결말을 단정 짓기보다, 뉴욕 탐사 기자들이 끝내 지키려 했던 가치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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