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 대한 단상

오징어 게임이 왜 이 드라마의 제목이 되었을까

by 생각정리

요새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난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는 평이다. 웬만해서는 드라마를 잘 안 보는 나로서도 안 보고서는 도저히 이 간극을 메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래에서부터 이어지는 글은 오징어 게임을 3일에 걸쳐서 본 이후의 간단한 생각정리이다.

이하 무분별한 스포가 있으니 보실 분들이 계시다면 나중에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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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징어 게임의 콘셉트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현실의 세계에서 갈 때까지 몰린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모아 게임을 한다. 그리고 우승자에게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들. 하지만 안에 들어가서 게임을 해보니 목숨을 건 잔혹한 게임이었다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그리고 그동안 무척이나 많이 사용되어온 내용이다. 그리고 동시에 공평과 돈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나간다. 여기서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목숨 값을 거는 것에 비해 예전에 우리가 동네에서 어렸을 적에 한 단순한 놀이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에서 오징어 게임이 사람들에게 아니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흥미를 끄는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룰 잔인한 결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뻔하다면 뻔한 캐릭터들의 사연들까지, 사실 이 드라마가 성공을 하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그 호평을 받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평면적인 캐릭터, 도구적으로 소모되고 마는 캐릭터, 작위적인 대사와 많은 부분에서 의미 없이 지나가는 장면들, 얄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주제의식. 내가 본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는 상당히 군더더기가 많아 보이는 드라마이다.


일례를 들자면, 경찰이 잠입해서 들어오는 사이드 스토리는 사실 없어도 될뻔했다. 동생 경찰이 고시원에 들어가서 둘러볼 때 카메라가 비추는 욕망에 관련된 책과 나중에 알게 되는 형이 알고 보니 우승자였다는 스토리 모두 군더더기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동생 경찰이 잠입을 함으로써 조직의 뒷 내용을 밝히는 것이 감독의 의도 아니었을까 생각은 한다만, 만약에 그것이 의도였다면 나에게는 경찰이 상황을 넘어가는 모든 상황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오히려 그 경찰 캐릭터가 있음으로써 이 오징어 게임을 주최하는 조직이 생각보다 무척 허술한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까지 조직을 해 집고 다니는데, CCTV에 외부에서 참자가 한 명 한 명을 모두 모니터 하는 조직이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관심할 수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심을 품게 하는 장면들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프런트 맨이 알고 보니 경찰 동생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형이었다는 반전 아닌 반전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불필요해 보였다. 통으로 경찰의 스토리를 들어냈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느껴졌다.


여기에 새벽이라는 캐릭터도 중간에 칼을 몰래 챙겨 오며 뭔가 머리를 쓸 것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결국 식당에서 설탕을 넣는 거 말고는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으며, 그 정보 또한 어떤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 물론 그 이후에 이어지는 게임이 달고나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달고나를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유추할 수도 있었지만, 애초에 드라마에서 그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 것을 잘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후에 이어지는 내부 솎아내기 과정 이후에 새벽이 가지고 온 칼은 그냥 없어져 버리며, 새벽은 다른 캐릭터들과 다를 바가 없는 그냥 참가자 1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는 개인적으로 새벽이라는 캐릭터가 정보를 캐내는 과정 자체가 어떤 의도로서 감독이 보여줬는지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 나는 새벽이라는 캐릭터는 그렇다면 이 극 중에서 왜 존재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한미녀라는 캐릭터 또한 소모적으로 사용되며, 과장되어 보이는 연극톤과 그리 좋지 않은 대사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몰입을 방해하면 어떨 때는 그냥 저 캐릭터가 어서 탈락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감독의 지시 내지는 각본에 따라 연기자는 연기를 열심히 했겠지만, 때로는 너무 과장된 톤으로 이야기하는 대사들이 한미녀가 가지는 캐릭터를 더욱더 제한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제일 안 좋은 캐릭터는 지영이라고 생각한다. 시종일관 중2병스러운 표정과 마치 주변의 모든 상황에 초연해 보이는 연기가 드라마의 처철해 보이는 -처철하게 보이고 싶은- 톤과 무척이나 이질적으로 보였고, 이후에 지영이 어째서 그런 성격이 되었는지 딱한 사연을 설명을 해주나, 그것도 적당히 말로 설명하고 넘어가며 이후에는 그냥 탈락해버린다. 그렇다면 지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의미는 그저 새벽에게 어떤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주고 떠나는 그런 도구적인 캐릭터로서만 소모되고 만 걸까? 사실 캐릭터를 도구적으로, 감독의 의도대로 소모하는 것이 무조건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모든 영화에 나오는 스토리는 결국 감독이 선택한 말들이고, 그 말을 감독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감독의 권리이자 어찌 보면 소임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지영이라는 캐릭터가 좀 더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거나 연기의 톤이 달랐다면 나에게는 좀 더 이해가 가능하고 이 캐릭터가 어째서 이 극 중에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더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보며 작위적이라 느낀 곳은 몇 곳이 더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징검다리 승부 후 다리를 부수는 장면에 있겠다. CG를 하는 사람으로서 CG 그 자체는 흥미롭게 보았으나, 왜 그 폭발이 존재하는지 글쓴이 본인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승부가 끝났다는 신호? 아니면 VIP들을 위한 화려한 축포?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발생할 만약의 상황에 대해서 대회 측에서는 고민을 해봤을까? 혹여 그 폭발 혹은 유리파편으로 인해 나머지 참가자 모두가 다 경기 참가 불능에 빠지게 되면 주최 측은 VIP에게 뭐라고 설명을 할 것 인가?라는 질문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이 폭발은 스토리 진행을 위해, 특히 새벽이 마지막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설정한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특히 이 장면이 작위적이며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단지 그 캐릭터를 없애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쓸데없는 장면 같아 보였다. 다음은 대사가 유치하거나 그냥 없어도 되겠구나 싶은 부분은 장기밀매를 하면서 나오는 대사들이 있다. 장면들에 나오는 대사들의 내용은 잔혹하지만, 과장되어 있는 톤, 그저 눈앞에 있는 스크립트를 읽어내리는 듯한 느낌, 계속해서 듣다 보면 느껴지는 왠지 모를 유치함들이 모여서 정말 없어도 되는 장면인 것 같은데 왜 굳이 넣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이어지는 스토리에서는 그나마 제 흐름을 찾는 듯 보였고, 상문동의 자랑 상우는 새벽을 살해하고 종국에는 자신의 손으로 칼을 목에 찔려 자살을 하고 만다. 이 부분에서 사실 감독이 기훈에서 원하는 캐릭터의 흐름이 눈에 확연히 들어오게 되는데, 기훈은 결국 아무도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않고 이것을 보는 시청자들은 편하게 지훈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훈이라는 캐릭터는 무척이나 인간적이고, 결국 누구도 탓하지 않으며,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어도 감독이 기훈을 어떤 캐릭터로 만들고 싶은지 의도가 깔끔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괜찮았던 부분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는 이 드라마는 캐릭터가 무척이나 중요한 드라마이며 호평이 나오는 곳도 캐릭터가 좋다는 평도 많다. 그런데 왜 나는 이 드라마에서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특이할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내가 영화를 보는 눈이 너무 후져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면 뭔가 선민의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니 나는 무조건 별로라고 해야지! 이런 거였을까? 나는 아직까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못하겠다. 하지만 현재 까지로서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그동안 우리가 많이 봐왔던 한국 드라마/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모두 집어넣어 신선한 느낌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연기의 톤이 조금은 들쑥날쑥해 몰입을 방해하는 곳이 제법 눈에 띄었다. 워낙에 연기자도 많거니와 조연도 많아 사실 모든 연기를 다 체크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는 이해를 하지만, 도저히 VIP들의 영어 연기는 넘어가기 어렵고 실소를 자아낼 정도라 극 중에서 다루는 VIP들의 악랄함이 드러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식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하나하나 해체하다 보면은 멀쩡한 작품은 거의 없을 정도로 까다롭게 평을 했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완성도를 만들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며 "미술과 여러 구도를 잡는 것들, 감독의 의도를 여기저기 숨겨놔 보는 재미를 주는 것은 맞는데, 어째서 나는 이 드라마의 완성도가 좋다는 말을 못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에 나 스스로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는 것을 인정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여담 1: 사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비현실적이었던 것은 형사 캐릭터의 핸드폰 배터리가 그렇게 긴 시간을 버티며 영상까지 촬영을 했다는 사실이다.


여담 2: 이 드라마를 보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작품이 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데스 게임, 도박 장르의 드라마나 예능들은 카이지에 빚을 정말 많이 지고 사는 것 같다. 특히 징검다리 미션은 너무나 카이지 같아서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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