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에서 얻은 인사이트
클라이언트가 ‘파란 사과가 있나 알아봐’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황당한 질문일 수 있다. 파란 사과가 있나 알아보라니. 이 질문을 듣자마자 다들 구글러가 되어 검색창에 ‘파란 사과’를 타이핑했을 것이다. 결론이 어떻게 될까? 클라이언트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파란 사과는 없다고? 아니면 파란 사과의 이미지를 가져다줄 것인가?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질문이 나왔을 때 크게 두 가지로 답변이 분류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결론이다. 나와 다른 결론이 있다면 알려주길 부탁한다. 궁금하니깐)
첫째, ‘또 시작이네’라는 코멘트와 함께 찾는 척을 하며 뭉개고 있다가 클라이언트가 한 세 번 정도 물으면 답한다. “찾아보니 파란 사과는 없습니다.” 보통 이런 답을 하는 사람은 ‘답’을 찾으려 한다. 물어본 사람이 원하는 답, 굉장히 일차원적인 해석이다.
둘째, “파란 사과는 왜 필요하세요? 목적이 무엇일까요? 먹을 수 있는 사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파란 사과를 판매하실 생각이신가요? 초록 사과를 말씀하시는 건 아닌가요? 등등 마구잡이의 질문을 쏟아놓는다. 대게는 클라이언트도 당황해서 ’ 알아서 알아봐요’라고 얼버무리며 벗어난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클라이언트의 질문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자기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한의 해결책을 찾아간다. 그들의 대답은 보통 이럴 것이다.
”제 생각에는, 단순 비주얼적인 파란 사과로 충분하시다면 식용 색소로 빨간 사과를 파랗게 칠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정말 사과를 파랗게 만들어서 판매할 생각이라면 현재는 없지만 과일 유전자 변형 관련 과학자에게 자문하여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100%의 답은 아니지만 여러 가능성을 두고 그 안에서 자기가 아이디어도 내어 해결책을 제시했다.
클라이언트 라면, 누구의 대답을 가치 있게 생각할까?
사실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르겠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변수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라 클라이언트도 상황에 따라 첫 번째의 답을 좋아했던 경우도 있고 두 번째의 답을 좋아했던 경우도 있었다. 답이 더 길고 성의 있었다고 두 번째 답을 마냥 좋아하진 않는다. 결국엔 자기가 원하는 답을 가져오는 직원의 손을 들어주는 게 대부분이다.
오히려, 두 번째의 대답은 위험요소가 따를 수 있다. 처음 직원에 답을 듣고 클라이언트는 속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오! 이것 봐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가능성이 있을 수 있네?’ 그래서 두 번째 답을 한 직원을 칭찬하며 더 진행해 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가 ”파란 사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내지 ”파란 사과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실험을 위한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라고 한다면, 더 최악으로 클라이언트가 ”돈은 얼마든지 투자할 테니, 진행해 봐“라고 했는데 후에 결국에 실패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 ”애초에 사과가 파란 건 불가능한데 누가 가능하다고 한 거야?! “ 위 사건은 실제 내가 겪은 일이다. (물론, 내용은 사과로 빗대어 표현했다.)
이 사건을 겪고 정말 많은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 해결책을 찾으려고만 노력한 내가 잘못된 것인가? 안 되는 건 안된다고 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난 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닌데… 난 해결책을 찾는 사람인데…
사실 결론만 놓고 봤을 때 사회생활에서는 답을 말하는 사람이 더 편하게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고를 하지 않고 답을 주고 끝내니깐 회사 입장에서 깔끔하게 일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은 일을 벌이고 노고를 들이고 끊임없이 해결책을 찾다가, 일이 잘되면 히어로 못되면 죄인이 된다. 누가 옳고 틀리다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니깐. 지금은 그냥 다르다로 결론을 내렸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구나. 그렇다면, 어떤 직원이 되고 싶은가? 첫 번째? 두 번째?
내 경우에는 첫 번째의 답을 하는 직원이 되고 싶진 않다. 더 편하고 깔끔하게 업무를 할 수도 있지만, 재미없는 업무는 나와 맞지 않다. 파란 사과를 찾기 위해, 아니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마음에 상처도 많이 입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재미있었고 많이 배웠다. 결과가 안 좋아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해 나만의 해결책을 만들었으니까, 모든 해결책이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패를 해도 남는 게 있다.
솔직히 클라이언트도 과연 파란 사과가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저런 질문을 했을까? 사실 그들도 파란 사과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다만 그게 성공했을 때 그 배에 합류하고 싶었던 거지.
파란 사과 만들기 업무를 하면서 잠깐 동안 파란 사과는 없습니다.라고 해볼까란 생각을 수도 없이 했는데 결국 그 답은 하지 않았다. 파란 사과가 없으면 만들면 되니깐. 세상에 불가능한 것보다 가능한 해결책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 해결책들이 지금의 스마트폰, gpt Chat, 테슬라, 애플, 우주 탐사 등 수많은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냈다. 답만 말하려고 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것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생활 이제 7년 차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까진 첫 번째 답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두 번째 답을 하면 업무도 많아지고 피곤해지니 자연스레 첫 번째 답을 택하는 시니어들이많은 것 같다.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끝까지 두 번째 답을 하는 사람이 돼야지 하는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