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관한 인사이트
재난 영화, 공포 영화, 드라마 소설, 예능을 좋아한다. 누가 재미있는 영화나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이미 많은 사람이 추천했던 콘텐츠여서 새로울 게 없다. 언젠가 친구가 나보고 너는 대중적이면서 상업적인 콘텐츠를 좋아한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누구나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게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는데 어느샌가 ‘취향’이 강조되고 ‘퍼스널 브랜딩’이 강조되면서 나만의 취향을 뭘까? 한 생각하게 되었고 별 특징 없는 내 취향이라고 하면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보통의 취향이라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맞는데, 요즘 흔히 말하는 퍼스널 브랜드 격 ‘취향’으로 포장하기엔 특별함이 없다.
최근 커뮤니티 모임을 나갔다가 멤버 구성원 모두 개개인의 취향이 확실한 것 같아서 부러웠던 적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나 책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하면서 논평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심지어 추천하는 콘텐츠 자체도 희소성이 있어서 듣는 사람이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나도 한번 봐야 한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 경우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추천해도 이미 유명한 영화나 책이어서 궁금증 유발은커녕 내가 얘기할 때 다들 한마디 덧붙일 수 있는 정도로 흔하고 유명 콘텐츠를 좋아한다. 이런 취향이 불편한 적이 없었는데 스토리를 만들 때 어려움이 있다. 이미 다들 너무 잘 알고 있는 콘텐츠들인 데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는 콘텐츠를 포장해서 얘기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며칠 전에 친구에게 내 취향이 뭐인 것 같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대중적인 취향이라고 대답했다. 대중적인 취향, 곧 상업적인 콘텐츠를 좋아하고 다수의 사람과 취향이 비슷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하였다. 생각해 보니, 난 마블, 트랜스포머,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등을 좋아해서 취향을 나눌 사람들이 항상 많았다. 세상에 마블과 미야자키 하야오 디즈니 팬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취향도 제법 괜찮아 보였다.
요즘은 LP 바, 독립 영화, 서브 컬처 등 마이너한 취향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많은데 그런 관련 장소에 가면 정말 개성 있고 취향이 독특한 사람들이 많다. 확실히 매력적으로 느껴지긴 한다.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발견하고 소개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에 대중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둘 다 어쨌든, 취향이라고 할 수 있고 사실 내가 즐기고 좋아하는 게 취향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콘텐츠로 포장하기는 확실히 마이너한 취향이 더 쉬운 것 같긴 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하지만 대중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업으로 이뤄질 기회가 더 큰 것 같다. 시장의 파이가 크고 상업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장점을 살리면 어떤 취향이든 나를 알리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정리는 한번 필요한 것 같다. 내 경우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인드맵 해보니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내가 좋아하고 싶은 것들이 차이가 있었다. 마인드맵의 패턴을 잘 보면 나를 섞기도 쉽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지고 스토리텔링이 된다.
내 경우는 콘텐츠, 특히나 OTT의 경우는 안 보는 것 없이 대부분 최신의 드라마는 다 보고 있지만 (Netflix, Tving, Prime Video, Wave 등 구독료만 한 달에 오만 원 이상이 든다), 영화는 마블이나 디즈니 등 유명 외국 영화만 보고 음악도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주로 듣는다. 하지만, 활동을 좋아해서 안 해본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패턴을 보면 넓고 얕은 취향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깊이 있는 취향은 아니지만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해서 아는 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취향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할지는 아직도 고민이지만 내 취향도 이렇게 보면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 취향은 무엇인지 한 번쯤은 고민해 볼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