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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 필사가 주는 위로

고전 필사책을 만들고 쓰다

by 리즈유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면증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을 때 나를 돌아보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던 것이 '글쓰기'이다. 일기처럼 글을 쓰기도 했지만 불면증이 가장 극심했을 때는 생각 자체가 힘들어 책 한 권을 필사했었다. 필사를 하면서 큰 위로를 받았고, 부서져가는 나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 필사의 기억 때문일까? 읽는 책이 아니라 쓰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꼭 긴 글이 아니어도, 짧지만 울림이 있는 문장을 따라 쓰는 것으로도 사람들이 위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제야 필사책이 있나 살펴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시를 필사하는 책, 영문장을 필사하는 책,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책 등 종류도 다양했다. 그만큼 필사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어떤 필사책을 만들까? 고민 끝에 고전의 좋은 문장을 따라 쓰는 책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고전이 주는 메시지는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걱정은 있었다. 필사를 좋아해도 한자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한자 자체가 아닌, 그 문장이 주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오늘, 고전 한 줄에 기대다>이다.


오늘, 처음으로 책을 만든 사람이면서 스스로 독자가 되어 첫 필사를 했다.



無事提防 有事鎭定

무사제방 유사진정


평온할 때도 위기를 대비하고, 위기일 때도 평온한 듯 침착하라.



사실 요즘 매출이 너무 하락해 걱정이 많다. 처음 출판을 시작할 때 이미 시장이 반토막 났고, 바닥이라고 했는데, 지금 보면 깊은 지하가 있었다. 이미 지하인데,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위기라면 위기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현실을 마주할 때면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데, 책을 펼치고 위 문장을 따라 썼다.

그리고 왜 내가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짤막하게 썼는데, 잠시나마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래. 위기일 때일수록 평온한 듯 침착하게 대처해야겠지.

필사사례.jpg <오늘, 고전 한 줄에 기대다> 첫 필사. 원래 글씨가 예뻤는데, 너무 오랜만에 쓰니 어색하고, 글씨가 예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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