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나니 엄마가 보인다
첫째가 울고 있었다.
욕조에 물을 받아 청소솔로 벽을 닦았다.
구석구석, 열심히. 5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그런데 옷이 다 젖어버렸다.
"엄마, 다 젖었어."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갈아입으면 되잖아."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도와주지 않았다.
한참이 지났다.
아이가 스스로 젖은 옷을 벗고, 새 옷을 꺼내 입고, 내 앞에 왔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아까 옷이 젖어서 너무 불편해서 울었어."
5살.
자기 감정을 설명할 줄 아는 5살.
그 아이가 가엾게 느껴졌다.
기특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부끄러웠다.
그 순간, 어린 내가 보였다.
울고 있으면 들었던 말들.
"왜 우는데?"
"울지 마."
엄마도 지쳐 있었을 거다.
그땐 몰랐다.
엄마가 되고 나니 알겠다.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비슷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온다.
둘째한테도 그랬다.
33개월.
아직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선 아이가 실수를 했다.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말하고 나서 멈칫했다.
그건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엄마 목소리였다.
그제야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1년에 제사만 열한 번.
365일 쉬는 날 없이 장사.
할머니를 모시고, 시누이들 오면 상 차리고, 어린 남매를 키우고.
아빠는 일은 하긴 했지만, 육아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진 않았다.
엄마는 혼자 버텼다.
그 안에서 지치고, 힘들고, 여유가 없었을 거다.
그땐 몰랐다.
엄마도 힘들었다는 걸.
어제, 택배가 왔다.
엄마였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5년 전 새로 지은 집도 팔았다.
지금은 지은 지 30년 된 아파트에 산다.
요즘은 일도 다니신다.
지난달에 이사해서 정리도 안 됐을 텐데.
쉬는 날도 이틀뿐인데.
그 엄마가 반찬을 보냈다.
상자를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
묵은지를 된장에 푹 지진 것이다.
내가 만들 줄 모르는 반찬이기도 하다.
잔멸치볶음과 어묵볶음도 있다.
엄마 아빠가 먹어도 될 걸, 딸 준다고 싸 보낸 반찬.
택배 상자 앞에서 가슴이 먹먹했다.
이게 엄마구나.
표현이 서툴러도, 방법이 달라도.
마음은 늘 여기 있었구나.
나는 다르게 하고 싶다.
아이들한테는 더 다정한 말을 건네고 싶다.
그런데 잘 안 된다.
화가 나면 튀어나온다.
그게 속상하다.
그래도 알아차리고 있다.
내 입에서 엄마 목소리가 나온다는 걸.
그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아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마주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믿는다.
다음에는 안아주고 싶다.
옷이 젖어서 우는 아이를.
실수를 해서 우는 아이를.
"그랬구나, 불편했겠다."
그 한마디를 먼저 건네는 엄마가 되고 싶다.
완벽한 엄마는 못 된다.
하지만 어제보다 나은 엄마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엄마도 그랬을 거다.
매일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래도 반찬을 싸고, 딸을 챙기고.
문득 어린 시절 엄마가 떠오른다.
디올 립스틱을 바르던 엄마.
그 향기가 아직도 난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고마워,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