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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n 30. 2024

시 읽는 일요일(158)

사랑이야

        송창식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어느 별 어느 하늘이 이렇게

당신이 피워 놓으신 불처럼

밤이면 밤마다 이렇게 타오를 수 있나요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얼굴

가슴속에 항상 혼자 그려보던 그 모습

단 한 번 눈길에 부서진 내 영혼

사랑이야 사랑이야 음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시냇물 하나 이렇게 흘려 놓으셨나요

어느 빛 어느 바람이 이렇게

당신이 흘려 놓으신 물처럼

조용히 속삭이듯 이렇게 영원할 수 있나요


언제가 어느 곳에선가

한 번은 올 것 같은 순간

가슴속에 항상 혼자 예감하던 그 순간

단 한 번 미소에 터져버린 내 영혼

사랑이야 사랑이야 음


   (요즘 남용하는 단어 중에는 '전설'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 특출나고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기거나 발군의 기량을 여전히 선보이는 이에게 부여하는 찬사이다. 허나 자주 쓰고 마구 쓰는 바람에 '전설'의 진정한 의미는 오히려 경박한 통속성에 매몰되어 버렸다.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면 일단 '살아있는 전설'이 된다. 하지만 막상 그 '전설'이 '전설'답다는 기분이 든 적은 거의 없다. 하여 이 시대 대중가요의 '살아있는 전설'에 더 목말라 하며 애타게 찾아 헤매는 지도 모르겠다. 

   왼편에 함춘호가 자리를 잡고 기타 반주를 맡는다. 양희은과 송창식이 나란히 앉아 듀엣을 부른다. 노래는 <사랑이야>. 1절을 송창식이, 그 1절에 대한 답가 형식으로 양희은이 2절을 부른다. 함춘호 기타는 두 가인歌人의 노래를 듬직하게 떠받드는 반주이면서도 그 자체로 가멸찬 연주를 이룬다. 노래를 다 부르고 난 뒤 양희은이 한 마디 했다. 

   "울컥했네."

   아, 이것이야말로 전설들의 향연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75WEdecE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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