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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l 21. 2024

시 읽는 일요일(162)

일요일

      허연



별로 존경하지도 않던 어르신네가

"인생은 결국 쓸쓸한 거"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는 지금도 연애 때문에 운다


오베르 가는 길

여우 한 마리 죽어 있다

여우 등에 내리쬐는 그 빛에 고개 숙인다


길 건너 저녁거리와

목숨을 맞바꾼 여우


보리밭 옆 우물가

사람들은 여기서도 줄을 서 있다


마음이 뻐근하다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밥벌이의 수고로움을 잠시나마 잊으려고 일요일은 있다. 하지만 시는 일요일조차 체념하게 만들어 버렸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마지막 문장을 다짐으로 읽었다지만 이면을 볼 줄 모르는 반편이로서는 도무지 그리는 못 읽겠다. 쓸쓸할 줄 뻔히 알면서도 살아야 하는 족속은 체념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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