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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l 20. 2024

생손앓이

   작년 봄 오른손 중지 손톱 한 쪽이 까닭 모르게 부어오르더니 급기야 누렇게 곪은 적이 있었다. 약국에서 소염제를 사 먹고 연고를 덕지덕지 발라도 차도는커녕 혹처럼 커졌다. 매상에 직결되는 가위질이 버거워지자 결국 병원을 찾았고 고름을 짜내고도 이틀이 멀다 하고 치료 받느라 애를 좀 먹었다. 그때 생긴 상흔은 아직도 벌겋게 상기된 채로 남아 있다. 그 이후로 약간이라도 낌새가 이상한 손가락이 나타난다 싶음 상비해 둔 항생제 연고를 발라 혹시 모를 덧남을 예방한다. 밥줄을 허투루 다룰 순 없으니까.

   몸뚱아리 여기저기서 삐걱대는 까닭이 혹시 침입한 병원체를 대적할 능력이 떨어져서라면, 턱없이 부족한 활동력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거라면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길로 헬스장 장기 이용권을 끊어 죽자 사자 러닝 머신에만 매달린 지 4개월이 넘었다. 덕분에 전보다 운신이 편해지긴 했다. 운동이 기력 회복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해서 만능일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 문제지만. 

   맹신 혹은 자만이 낳은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한 일주일 전부터 작년에 애를 먹었던 오른손 중지 상흔 맞은편이 불쑥 욱신거렸다. 고생한 기억이 생생한지라 제 딴에는 항생제 연고를 바른다, 소염제를 먹는다 덧나는 걸 막아 보려고 부산을 떨었지만 결국 부어오른 부위로 그제부터 고름이 차올랐다. 작년과 판박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작년보다 고름이 덜 차고 통증도 참을 만하다는 정도. 올 3월 이후 러닝 머신에 매달린 보람이 몸 속에 잠재하고 있어서인지 소염제 약발도 제법 듣는 기분이 들어 든든하기도 하고. 경과를 지켜 보다 여차직하면 피부과로 달려가야겠지만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고름은 서서히 옅어지고 붓기까지 쪼그라들고 있다. 상처 부위를 만지면 여전히 꽤 아리고 계속 물을 만져야 하는지라 호전으로 이어질지 예단할 순 없지만 일단 두고볼 심산이다. 

   피부과 병원은 지역 가리지 않고 늘 만원 사례라 대기시간이 길다. 그러니 병원 행차에 큰맘 먹어야 한다. 두어 시간 장사를 접어야 할 만큼. 

   '혼자 끙끙 앓고 말지.' 

   가차없이 등짝 스매싱이 날아올 미련한 발상이지만 그간 경험했던 피부과는 그러했다. 

   병치레는 노화와 짝꿍일 수밖에 없다. 그 병치레가 불치병으로 이어지다 옴나위없이 최후를 맞이하는 게 우리 운명이다. 하여 안 아프게 여생을 누리고 싶다는 바람은 도둑놈 심보나 다름없다. 차라리 안 아플 순 없다고 마음을 내려놓는 게 신상에 더 이로울 게다. 외려 아프되 살살 아픈 방법을 궁리해 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 일이고. 


   잔병치레야 불가항력이라 여기되 시난고난하지 말기. 

   아프되 서러워하지 말기. 

   가족이 병수발든답시고 일상이 송두리째 망가지는 불상사가 절대 없도록 요령껏 아프다 말기. 


   인명은 재천이랬으니 제 맘대로 아픈 때를 정해 아픈 정도를 단속하는 건 당치도 않다. 다만 살아 있어도 죽은 목숨이라며 산 송장 취급은 안 당하게 살살 아픈 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나이가 들수록 절실하다. 저녁 매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영업 시간을 당겨 헬스장에 올인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까닭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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