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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by 김대일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허수경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사는 내내 아련하지만 끈질기게 파장이 이는 어떤 대상對象, 그것이 끼치는 영향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늘 생각했다. 이쪽에서 유별나게 편애를 했음에도 무정으로 일관한 저쪽의 냉담이 서러우면서도 끝내 떨쳐내지 못하는 이 미련을 밝힐 해석은 어디에도 없을 성싶었는데, 아니었다.

글은 생애의 어떤 시간을 공존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대상이 고마운 존재임을 비로소 깨우쳐 줬다. 올해 가장 뜨겁게 마음 불을 활활 지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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