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거스는 스테이크와 궁합이 좋다고들 한다. 아스파라거스엔 비타민B군과 항산화 성분인 루테인이 풍부하다. 따라서 지방이 많은 육류 섭취로 인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아스파라거스에 풍부한 아스파라긴산(아미노산의 일종)이 신진대사를 촉진해 단백질 합성을 돕기 때문에 단백질 흡수율이 높아진다. 아스파라긴산으로 인한 아스파라거스의 씁쓰름한 맛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기도 하고 아스파라거스엔 소고기에 부족한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므로 영양소 보완을 위해 함께 먹는 게 좋다나.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은 아스파라거스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한다. 아스파라긴산이 숙취에 좋고 스태미나를 증진한다는 사실 때문에 아스파라거스는 고대 로마인들에게는 양기를 돋워주는 음식, 혹은 최음제로까지 인식되었다. 성애 교본으로 잘 알려진 ‘카마수트라’에도 원기를 북돋워 주는 아스파라거스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음식사가들에 따르면 아스파라거스의 생김새가 이 같은 인식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중세 유럽 수도자들은 이 식재료를 멀리했다 전해지고 독일 뿐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지역에서 신혼부부들에게 아스파라거스를 권하는 것도 이 같은 인식과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승려들이 오신채를 멀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스테이크 접시 위에 올려진 아스파라거스는 이 설명으로 존재의 의미가 대번에 각인되었다. 우리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하는 종족이었다.
대가리를 먹는다는 것은 그 존재를 정면으로 대하는 것과 같다. 이거 진지한 문제이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하는 종족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지점이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이 물고기의 일생이 몸 안으로 고스란히 옮겨온다고 생각하며 우주 안에서의 단백질 순환 구조를 떠올린다. 그것들이 모인 게 현재의 나 자신이다. 괴테도 이렇게 말했다. "돼지고기를 먹으면 그 돼지고기는 괴테가 된다."
나는 그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스테이크 접시에 아스파라거스를 올려놓는 이유와 비슷하다. 아스파라거스는 죽인 소의 명복을 빌기 위한 조화弔花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나는 죽였으면 무조건 다 먹자 주의이다. 그래야 다른 것을 덜 먹는다. 때문에 대가리 떼어낸 애들에게는 좀 미안한 마음이다. 살코기만 통째로 빼앗아버린 느낌이 드니까. (한창훈)
참고
* 헬스조선, <소고기, '아스파라거스'와 같이 먹어야 하는 이유, 2021.10.05
* 경향신문, <독일인들이 매년 봄이면 열광하는 이 채소는?>, 2023.05.25
* 한겨레, <'수도자들의 금기' 아스파라거스, 아직도 스테이크 옆 장식으로만?>, 202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