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정리

by 김대일

머리 모형에 덧씌워서 쓰는 가발(덧가발), 남자 두상을 그대로 본뜬 가발(통가발). 내가 자격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내 머리보다 더 자주 만지던 교보재다. 통가발이 덧가발보다 2배 가까이 가격 차가 나서 실기 시험용이나 시험 전 최종 리허설 할 때나 쓰고 대개는 덧가발을 애용한다. 그렇다고 덧가발이 싼 것도 아니다. 학원마다 약간씩 차이는 나겠지만 통상 3만 원에서 3만5천 원 사이에서 가격이 책정된다.(통가발이 얼만지 자연스레 계산이 나온다. 통가발만 썼다간 기둥뿌리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게 절대 빈말이 아니다.)

4전5기를 위한 모든 준비를 어제부로 마쳤다. 시험은 내일(9/1)이지만 오늘 엄마 병원 일이 시급해 학원에서 최종 연습 및 준비물 점검까지 미리 마무리지었던 것이다. 짐 챙겨서 학원을 나오기 직전까지 덧가발 2개, 통가발 1개를 사서 깎아댔다. 이번만은 기필코! 전의를 다지며 다섯 번째 도전장을 내민 나는 도대체 몇 개의 가발을 작살냈을까? 들어간 돈도 돈이지만 알량한 자격증 하나 건지기 위해 내가 들인 정성과 노력, 시간들이 산발한 머리가 보통머리가 되었다가 상고머리로 더 깎여지고 종국엔 스포츠형으로 변해 자격시험용 교보재로써의 효용가치가 다한 가발마냥 속절없이 사라질까 또 두렵다. 손가락이 아리도록 요령 없이 가발에다 대고 분풀이 한 내 열정에 제발 복된 영광 있으라!

시험 대비반 말고 실무반도 가발로 연습하긴 마찬가지지만 모발의 길고 짧음에 구애받지 않는다. 실무 기술은 정형화된 시험용 기술보다 즉시성과 창조성을 더 필요로 해 짧은 가발로도 얼마든지 자기만의 스킬을 다질 수가 있다. 가뜩이나 비싼 학원비에 가발비로 부담 가중이다. 평소에 킬킬대며 농지거리 주고받던 실무반 학원생 둘에게 그간 쓰고 모아뒀던 가발을 노느매기했다. 똥짤막해진 모발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를 잘 아는 그들로서는 자못 엄숙하면서도 순순히 받아들었다. 이로써 내 모든 좌절과 낙담을 날려 버리는 일종의 푸닥거리라는 걸 아는 눈치인 듯. 홀가분하게 시험 치를 일만 남았다.

작가의 이전글불편한 동거